[무비스트=박은영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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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이유, 박보검이 가요무대에 떴다. 어르신들과 선배 가수의 환호를 받은 이 <폭싹 속았수다> 홍보 이벤트는 해외 시청자를 위해 박보검이 직접 제안한 것이라고. 이렇게 적극적으로 팬들에게 다가가는 행보는 박보검이 군 전역 후 달라진 점 중 하나다. 군대에 다녀온 후 연기에 대한 욕심과 도전을 이어가고 싶은 마음이 한층 커졌다는, 그리고 팬들에게 가까이 다가갈 접점을 넓히고 싶다는 박보검이다. 전역 후 찍은 첫 작품인 넷플릭스 시리즈 <폭싹 속았수다>에서 박보검은 어렸을 때부터 ‘애순’(아이유)만을 일편단심 사랑하는 무쇠 같은 순애남 ‘양관식’을 연기해, ‘유니콘이다’, ‘인생 캐릭터 갱신’과 같은 뜨거운 반응을 받았다. 따뜻하고 웃음과 감동이 있는 작품에 함께해서 기쁘다는 박보검에게 물었다. 그는 지금, 봄여름 가을 겨울 사계절 중 어디쯤 와 있는 것 같냐고. “지금 같은 계절인 초봄, 막 예쁘게 꽃피울 때인 것 같다”고 답한다.
(*스포일러가 포함되어 있습니다)
<폭싹 속았수다>를 사랑하는 시청자가 많다. 마친 소감은.
이렇게 따뜻하고 웃음과 감동이 있는 작품에 합류할 수 있어서 기쁘고 더욱이 시청자가 좋아해 주셔서 기분 좋다. 누군가에게 추천하고 싶은 작품을 연기할 수 있다는 것 자체로 감사한 마음이 크다. 많은 분께 오랫동안 기억되고 회자되는 작품으로 남았으면 한다.
1960년대부터 2025년까지 약 65년에 걸친 이야기다. 살아보지 않은 시대를 연기하면서 참고하거나 자문을 구한 바가 있다면.
살아보지 않은 시대임에도 불구하고 글로써 다 이해되고 공감되었던 부분이 제일 신기했다. 정말 작가님이 글을 잘 쓰셨구나 싶은 게 마치 글이 살아 숨쉬는 듯한 느낌이었다. 대본 리딩할 당시, 선배님들과 다 모인 자리에서 모든 인물이 살아있는 생동감을 느끼면서 ‘신기하다, 참여해서 기쁘다’고 생각했었다. 내 필모에 이 작품이 있는 것이 참 행복하구나 싶었던 기억이 난다. 임 작가님은 정말 세대를 초월하여 공감을 불러오는 분으로, 나중에 또 함께하고 싶은 바람이다. 다시 캐스팅해 주셨으면 좋겠다. (웃음)
어릴 때부터 줄곧, 온리 ‘애순’만을 바라보고 항상 그녀의 편에 서 있는 관식 캐릭터를 보고 유니콘 같다는 평도 있다.
대본을 읽을 때부터 멋지다고 생각했는데, 연기하면서도 정말 멋진 순간이 많더라. 바다에 뛰어드는 장면에서는 정말 이런 사람이 있을까 싶었다. 사랑하는 마음, 누군가를 위하는 마음이 아주 큰 인물이다. 하지만 이런 분들이 우리 주변의 어딘가에서도 살아가고 있지 않을까. 유니콘이라기보다는 누구나 관식처럼 본인의 사랑을 아끼고 챙기는 면이 있다고 생각한다.
관식 캐릭터를 어떻게 다듬어 갔는지.
감독님께서 외적으로는 운동하는 친구다 보니 듬직해 보였으면 좋겠다고 하셔서, 운동과 음식을 통해 체중 증량을 어느 정도 했었다. 톤다운 메이크업으로 햇볕에 그을린 모습을 표현했다. 말투 같은 겨우, 관식은 말을 많이 하지 않는 친구라 목소리가 낮을 것 같다고 생각해서 저음의 톤을 보여드리니, 감독님과 작가님 모두 좋게 봐주셨다. 이 중저음의 톤이 중년의 관식을 연기한 해준 선배까지 부드럽게 이어져서, 선배님께 감사하다. 사투리는, 감독님이 한번 인물들의 출신 배경을 정리해 주신 적이 있는데 제주도에서 살았지만, 제주어를 크게 구사하지는 않는다고 하셨다. 아버지는 제주 출신, 어머니는 다른 지방 출신이라 두 분의 억양을 차용해서 연기했었다. 또 표정의 변화도 많이 없고 말수도 적은 친구다. 행동으로 많은 걸 말하는 인물이기에 이를 표현하고자 했다. 애순에게 꽃 핀을 사주거나 조구(조기)를 가져다주는 관식이라는 인물이 참 멋있더라. 덕분에 촬영 내내 재미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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할머니, 아버지와 같은 상에서 밥을 먹던 관식이 여자들 밥상으로 등을 돌려 함께 먹겠다고 선언하는 모습에, ‘반바퀴의 혁명’이라고 칭하는데. (웃음) 그 시대 제주에서는 가히 혁명적인 일이었다고. 이때 촬영하면서 무슨 생각이었는지 궁금하다. 또 당신에게도 ‘반바퀴의 혁명’이 있다면.
그 시대에 한 상에서 식사를 같이할 수 있는 상황이 아니었던 건 대본을 보면서 체감했었다. 말이 아닌 행동으로, 본인의 생각과 의지에 따라 결단을 내리고 표현하는 것이 참 대단하고 용감하지 않나. 어리지만, 속이 단단한 인물이라고 생각했다. 이러한 근간에는 가족들로부터 충분히 사랑받은 사실을 잘 알고 있고, 관식은 그 사랑을 당연하게 생각하지 않고 헤아릴 줄 아는 사람이라 가능했다고 본다.
내 경우 반바퀴 혁명이라… 혁명이라는 단어가 너무 거창하지만, 군대 이후 많은 생각의 전환이 있었다. 작품을 보는 눈이나 표현하고자 하는 캐릭터, 또 나아가고자 하는 방향성도 이전보다 더 과감해졌고 무엇보다 도전하고 싶은 마음이 커졌다. 쉬지 않고 일하고자 하는 마음 역시 커진 것이 큰 변화다. ‘반바퀴의 생각’이라 하겠다.
어린 아빠지만, 아빠 역할은 처음이지 않나. 해본 소감은.
전역 후 <굿보이>를 먼저 선택한 후 <폭싹 속았수다>를 제안받았다. 감사하게도 <굿보이>팀이 기다려 준다고 하여, <폭싹 속았수다>를 먼저 들어갈 수 있었다. 평소 임상춘 작가의 글을 좋아하는 팬으로써, 작가님 이야기에 합류할 수 있다는 기쁨과 설렘이 가장 컸고, 글을 읽으면서는 김원석 감독님이 연출할 그림이 한층 기대됐었다. 한편으로는 어린 나이에 부모가 된 관식을 내가 잘 표현할 수 있을지, 어떻게 하면 풋풋하면서도 내면은 성숙한 어른을 연기할지 고민했다. 그러다가 부모님과 동행한 어린 배우들을 보면서 가족들 그리고 서로 사랑하는 마음을 떠올리며 노력했던 기억이 난다.
명대사와 명장면의 향연이라 해도 과언이 아니다. 특히 마음에 와닿는 장면을 꼽는다면.
너무 여럿이다. 도동리 마을 식구들이 애순과 관식의 형편이 어려우니 한마음으로 먹을 것, 입을 것을 챙겨주는 모습이 너무 따뜻했다. 어린 관식이 애순이가 이빨 뽑는 옆에서 자기도 뽑겠다고 옆에 있어 주던 모습도 떠오른다. 또 나문희 선생님과 염혜란 선배님과의 대화 중 ‘사는 것이 어떠셨소, 소풍이셨소?’라고 하니, ‘소풍이었다’라고 대답하는 씬이 특히 기억에 남는다. 짧은 인생 동안 모든 분이 소풍이셨으면 좋겠다, 그리고 <폭싹 속았수다>가 시청자들께 이런 소풍을 마련해 주면 좋겠다고 생각했다.
상대역인 아이유가 애순과 그 딸 ‘금명’의 1인 2역을 연기했다. 애순일 때와 금명일 때 아이유의 차이점이 있는지.
아이유는 진짜 바쁘게 촬영했고 많이 고생했다. 애순과 금명을 너무 잘 표현해준 덕분에 우리가 <폭싹 속았수다>를 재미있게 보고 있다고 생각한다. 애순은 롤러코스터 같은 인물이라, 겪어야 하는 감정이 많다. 울다 가도 웃고, 웃다 가도 우는 희로애락을 다 경험하는 인물이다. 이런 애순을 연기하면서 금명까지 연기했으니. 또 와중에 콘서트 준비까지! 아이유는 정말 멋진 친구다. 마음의 체력이 아주 단단하고 대단한 친구다. 내가 홍보 아이디어 등을 내면 흔쾌히 오케이 해줘서 아주 고마웠다. 정말 ‘폭싹 속았수다’라고 이야기해주고 싶다.
2막 후반부부터 젊은 관식에서 중년 관식으로 넘어가느라 당신의 분량이 적다고 아쉬워하는 팬들이 많다.
그만큼 관식이 멋진 인물이라서가 아닐까 한다. 이 작품에 함께하고 싶은 마음이 무엇보다 컸고, 모든 인물이 주인공이라고 생각했다. 말했듯이 나의 필모에 남는 것만으로도 의미있다고 생각한다. 관식은 변하지 않는 ‘금’ 같은 인물이다. 젊은 관식이나 중년의 관식이나 ‘관식’으로 봐주신다면, 우리 작품을 오랫동안 가져갈 수 있는 하나의 방법이지 않을까 한다.
중년 관식은 정말 든든한 아버지의 표본 같다는 생각이다.
중년 관식 덕분에 청년 관식이 득을 봤다고 생각한다. 박해준 선배님이 중년 관식을 안아주고 싶으면서도 기대고 싶은 인물로 멋지게 표현해 주셔서 감사하다. 선배님은 대본 리딩 때 처음 뵙는데, 자체로도 멋진 어른이라고 생각한다.
극 중 ‘영범’(이준영)처럼 부모님(어머니)이 상대를 반대한다면, 박보검은 어떻게 할 것 같은가. (웃음)
음… 다 잘해 주고 싶은 마음, 그러니까 우리 어머니, 상대방 어머니 그리고 내가 사랑하는 사람 모두에게 잘해 주고 싶은 마음이 크다. 그런데 선배들이 말씀하시길, 결혼할 때는 와이프의 말을 따라야 한다고 해서, 배우자가 될 사람의 편을 들지 않을까 한다.(웃음) 만약 부모님이 반대하신다면, 그 이유를 들어보고, ‘사랑’이라는 확신을 드리고 결혼하고 싶다고 이야기할 것 같다. 서로 잘 보듬어 줄 의지가 있다면 대화를 통해 해결할 수 있다고 생각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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홍보의 일환으로 가요무대에 섰다. 당신의 아이디어였다고.
<폭싹 속았수다>가 넷플릭스로 공개된다는 소식을 듣고 이 작품이 TV로 방영되면 좋을 텐데 하는 아쉬움이 있었다. 그때 가요무대에 나가야겠다고 마음먹었었다. 해외에도 방영되는 프로그램인 데다 우리 드라마가 가족과 따뜻한 정에 대한 이야기를 담고 있어서 어울리겠더라. 홍보 아이디어로 내니 아이유가 흔쾌히 좋다면서, 내가 미리 선곡해 놓은 곡도 바로 동의해 주었다. 이번에 같이 홍보하면서 아이유와 좀 더 친해졌다. 가요 무대 현장에서는 우리가 나올 줄 전혀 몰랐다가 깜짝 놀라시면서 좋아해 주셨고, 가요 선배님들도 따뜻하게 맞아주셔서 마음이 풍성해진 시간이었다.
드라마 <응답하라 1988>의 ‘최택’ 이후로 인생 캐릭터 갱신이라는 말이 많다. 그만큼 ‘양관식’이 특별할 것 같은데 어떤가.
관식뿐만 아니라, 우리 드라마에는 약자를 보호하는 어른이 멋지게 그려진다. 이 작품을 본 모두가 느끼는 바는 똑같을 것 같다. 좀 더 사랑하고 좋은 아들이자 좋은 사람이 되고 싶다, 나도 관식 같은 인물이 되고 싶다고 말이다. 내 사람을 챙기면서도 타인에 대한 존중 역시 잊지 않는 인물 아닌가. 나 역시 관식이라는 인물을 만나서 조금은 더 의젓하면서 외유내강한 모습을 닮아가고 싶은 마음이다.
스스로에게 ‘폭싹 속았수다’(정말 수고하셨습니다)라고 할 만한 일을 꼽는다면.
사실, 과거보다는 앞으로 계속 작품할 나에게, 그러니까 내일의 나에게 ‘폭싹 속았수다’라고 이야기하고 싶다. 그런데 고생했다와 수고했다는 약간 다른 뉘앙스인 것 같다. 고생은 무언가 크나큰 시련과 굴곡을 거쳐 온 듯해서 스스로 고생했다기보다 수고했다고 말해주고 싶다. 지난 온 박보검에는 ‘수고했어’, 앞으로 올 박보검에게는 나중에 나이가 더 들어서 ‘고생했다’고 말해 주고 싶다.
더 시즌즈 ‘박보검의 칸타빌레’ 첫 회에 김유정 등 드라마 ‘구르미’(구르미 그린 달빛) 팀이 출연해 반응이 좋았다.
칸타빌레 MC를 맡게 된 것도 지금 아니면 뮤지션들의 이야기를 들을 기회가 또 있을까 싶었고 한편으로는 팬들의 이야기를 들을 기회를 놓치고 싶지 않아서였다. <폭싹 속았수다>를 하면서 느낀 점 중 하나가 음악이 주는 힘이 크다는 사실이다. 기회가 된다면, 나중에 정말 기회가 된다면, 지금보다 공부를 훨씬 많이 한 후, 내가 나오는 드라마나 아니면 누군가의 작품에 박보검 음악감독까지는 아니라도 한 곡이라도 작품을 의뢰받고 싶은 바람이 있다. 이번에 칸타빌레 녹음할 때 구르미 팀이 한달음에 달려와 주어서 정말 기뻤다. 드라마 나온지가 벌써 10년이 지난 것도 또 10년이 지나도 이렇게 서로 건강하게 잘 살아가고 있다는 사실이 또 하나의 감동이었다.
<폭싹 속았수다>는 인생을 사계절에 비유하고 있는데 당신은 지금 어느 계절일까.
음, 지금 딱 요즘과 같은 계절인 초봄, 예쁘게 꽃 피울 때인 것 같다. 영화 <원더랜드>는 입대 전에 촬영한 것이고 뮤지컬은 아무래도 덜 대중적이다 보니, 보다 대중적인 작품으로는 <폭싹 속았수다>로 정말 오랜만에 인사드린다. 계절의 시작 봄처럼 박보검의 새로운 챕터에 씨앗을 뿌리고 꽃을 심은 작품이 아닌가 한다.
선한 캐리터를 주로 해 왔는데 어떤 역할에 끌리나. 또 앞으로 도전하고픈 캐릭터나 장르가 있다면.
작품을 읽을 때 내가 잘 이해하고 공감할 수 있는 역할에 마음이 가는 편이다. 그래서 <폭싹 속았수다>와 관식으로, 또 상반된 매력을 지닌 <굿보이> ‘동주’로도 인사드릴 수 있어서 기쁘다. 앞으로가 더 기대되는 배우이길 바라고 무엇보다 나 스스로도 기대가 됐으면 한다. 이를 위해 보다 더 다양한 도전을 해보려 한다. (대중이) 궁금해하고 기대하는 역할을 하나하나 차근차근 보여드리고 싶은 마음이 크다.
사진제공. 넷플릭스
2025년 4월 1일 화요일 | 글_박은영 기자 (eunyoung.park@movist.com 무비스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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