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검색
검색
“애순이든 금명이든 나와 닮았다” 넷플릭스 <폭싹 속았수다> 아이유 배우
2025년 4월 11일 금요일 | 박은영 기자 이메일

[무비스트=박은영 기자]

작품 제작이 확정되기도 전에 임상춘 작가로부터 연락을 받았다는 아이유다. 트리트먼트와 몇몇 장면의 설명만으로도 너무 가슴이 두근두근 거리는 이야기였다고. 과연 집에 가서 대본을 보니 호로록 읽혔다는데. 넷플릭스 <폭싹 속았수다>가 처음으로 4주에 걸쳐 4화씩 공개 후 시청자를 사로잡고 있다. 연령대를 막론하고 화제의 중심으로 떠오른 것은 물론이고, 해외에서도 IMDb 9.4 등 극찬과 더불어 작품성을 인정받았다. 애순과 관식의 모험 가득한 65년의 인생을 그린 이 시리즈에서 아이유는 ‘애순’과 그의 딸 ‘금명’, 1인 2역을 맡아 시청자를 울리기도 웃기기도 때론 밉기도 또 때론 절절히 마음 아프게 들었다 놨다 한다. <폭싹 속았수다> 공식 홍보 일정의 마지막으로 라운드 인터뷰에 임한 아이유를 만났다. 촬영을 종료한지 1년여 만에 공개되면서 비로소 ‘끝’이라는 생각이 들었다는 그이다. 애순은 ‘힝’하고, 금명은 ‘잉’하고 운다면서 닮은 듯 다른, 또 다른 듯 닮은 모녀의 성격을 표현하고 싶었다고 연기 주안점을 짚는다. 애순이든 금영이든 자신과 꼭 닮았다고 한다. 여러가지 꿈이 있었고, 이 꿈을 못 이룬다고 해도 좌절하지 않고 살아갈 나름의 맷집이 있고, 오뚜기같이 세상을 예쁘게 바라보는 능력도 있다는 아이유다.

<폭싹 속았수다>를 사랑하는 시청자가 너무 많다. (웃음) 개인적으로 이 작품이 좋은 이유를 꼽는다면.
인물의 일생을 다루다 보니까 그 안에 많은 헤어짐이 있다. <폭싹 속았수다>는 헤어짐에 중점을 두기보다 그 이후의 시간을 섬세하고 애정어린 시선으로 담아낸다고 생각한다. 이 점이 독자로서 시청자로서 무엇보다 공감된 지점이었다. 헤어짐에서 오는 슬픔에 방점을 두기보다 그 이후의 삶을 바라본다는 것. 관식(박해준)이 떠난 후 시를 쓰는 ‘애순’(문소리)처럼, (우리의) 이 삶이 왜 가치가 있는지 조명하는 듯해서 한 인간으로서 위로가 되고 힘을 받았다.

드라마 <나의 아저씨>(2018) 이후 신드롬급 반응이 아닌가 한다.
반응을 다 찾아보지는 못했지만, 주변분들로부터 체감하고 있다. 자기 인생과 이입되면서 감동적이었다는 평이 심심치 않게 보이고, 그만큼 많이 사랑해 주시는 것 같아 너무 감사할 뿐이다. 이 작품에 출연하게 되어 행복하다. 오늘만 해도 라운드 인터뷰에 총 100분이 넘는 기자분이 참석해주시는 등 사실 이렇게 주목받은 건 노래 ‘좋은 날’ 이후 처음이다. (웃음) (기자 주: 라운드 인터뷰는 총 5개 타임 진행됨)

트리트먼트만 보고도 참여하고 싶었다고 들었다. 작가님에게 연락을 먼저 받았다고.
임상춘 작가님이 연락하셔서 이러이러한 작품이 있다고 해서 만나 뵈러 갔었다. 첫 만남에서 전체적인 줄거리와 특별한 씬 몇몇에 대한 이야기를 해 주셨는데, 듣고 있다 보니 가슴이 두근거려서 집에 가서 빨리 읽어보고 싶다고 말할 정도였다. 과연 집에 가서 읽으니 호로록 한숨에 읽혀 지더라. 작가님 말씀보다 글이 훨씬 재미있고 좋아서 꼭 하고 싶었다.

그렇게 사전에 연락하는 방식이 통상적인 건 아니지 않나. 연락 받고 놀랐겠다.
사실 나도 처음 경험한 일이다. 연락 받았을 당시 <폭싹 속았수다> 제작이 확정된 것도 아니어서, 작가님이 ‘이런 작품이 있으니 한 번 얘기해보고 싶다고’ 조심스럽게 연락 주셨다. 그때 마침 스케줄이 없을 때라, 시간적인 여유가 있었고 회사에는 말하기 애매한 부분이 있어서 혼자 택시 타고 갔던 기억이 난다. 벌써 3년 전이다. (웃음) 뵙고 나서 언제든지 참여하겠다고 했는데 대본이 좋고 업계에서 같이 하고 싶은 작가님이라서 그런지, 생각보다 훨씬 빨리 세상에 나오게 되었다.

임상춘 작가에게 얘기를 듣고 재미있겠다고 생각한 부분이나 장면은.
작가님께서 애순(아이유, 문소리)과 관식(박보검, 박해준) 그리고 딸 금명(아이유)의 이야기가 같이 진행된다고 하셨었다. 그러면서 후반부 금명의 결혼식에서 아빠 관식의 눈에 들어온 딸의 모습이 아이처럼 보이는 씬이 있다는 거다. 이를 화면으로 옮기면 너무 감동적일 것 같더라.

또 금명의 출산씬도 말씀해 주셨다. 모두가 태어난 아이를 보고 있는데 애순과 관식은 손주보다 딸을 보며 ‘내 새끼 힘들었지’ 하고 산모를 먼저 챙긴다고. 그러고 나서야 ‘이제 (아기) 보러 가야지’ 하는 말을 듣고 금명이 감동하는 장면이다. 이야기를 듣는 것만으로도 저릿저릿 감동적이겠다 싶었다. 작가님은 이런 섬세한 이야기를 다루려고 하시는구나 했다. 찍은 후 결과물의 느낌이 달라질 수 있는데 내가 생각했던 씬보다 훨씬 마음에 콕 박히게 들어와서 정말 좋았다. 더군다나 처음 대본을 받은 분량까지는 지금 언급한 장면이 나오지 않아서 후반부로 갈수록 얼마나 더 좋을지 기대감 역시 커졌었다.

임상춘 작가가 왜 이 역을 제안했다고 생각했나.
대본을 읽으면서 캐릭터의 성격이 나와 비슷하다고 느꼈다. 작가님이 관찰력이 정말 뛰어나신 것 같은 게 바로 이런 부분이다. 배우가 연기하기 편하도록 말투나 행동을 염두에 두고 쓰는 것이 아닐까 하는 생각이 들었다. 애순과 금명은 모녀라 닮은 부분도 있지만, 다른 부분도 있다. 애순은 ‘힝’하고 운다면, 금명은 ‘잉’하고 운다. 힝과 잉의 차이는 무얼까. (웃음) 둘을 왔다 갔다 하면서 닮은 듯 다른, 다른 듯 닮은 모녀의 성격을 표현하는 데 주안점을 뒀었다. 중요한 건 애순이든 금명이든 ‘나’라는 인간과 닮아 있다는 생각이다. 비단 나만이 아니라 이 둘은 대부분의 인물과 닮아 있지 않나 하는 생각도 했었다.

어떤 점에서 당신과 닮았나?
애순은 긍정적인 의미의 욕심이 많은 사람이다. 애순의 대사 중 ‘그 봄에 다 꺾였지’라고 하지만, 개인적으로 그녀는 한 번도 꺾인 적이 없는 인물이라고 생각한다. 타인의 시선으로 보자면, 대단한 성공을 했거나 어릴 적 꿈을 다 이룬 것은 아니겠지만, 그렇다고 성공하지 못한 인생이 아니다. 사람들과 연대하고 교류하며 사랑하고 사랑받은 인생, 이런 인생이 성공한 인생이 아닐까 하는 생각이 들면서, 문득 나 역시 이런 생각을 가지고 사는구나 싶었다. 훗날 내 인생이 성공적이었다는 마음이 들려면 이렇게 감정적으로 충만하고 복작대는 인생을 살아야 그런 마음이 들지 않을까 생각했다.

나 역시 어릴 때부터 욕심이 많았고 지는 걸 싫어했었다. 여러가지 꿈이 있었고, 이 꿈을 못 이룬다고 해도 좌절하지 않고 살아가는 나름의 맷집이 있다고 생각한다. 물론 애순처럼 밝고 사랑스럽기만 한 사람은 아니지만, (웃음) 나름의 오뚜기같이 세상을 예쁘게 바라보는 능력도 있다고 생각한다. 그래서 애순에게 이해되지 않는 부분은 전혀 없었다. 금명은 애순보다 욕심이 좀 더 부각된 캐릭터이긴 하지만, 나와 투영해서 비슷했기 때문에 모든 씬에 납득 갔었다.

애순과 금명을 어떻게 다르게 해석하고 접근했는지.
애순은 여러 굴곡과 곡절을 겪음에도 희한하게 그늘이 생기지 않는, 캐릭터 자체의 생명력이 큰 인물이다. 역경을 맞닥뜨리고 누구보다 힘들고 지치면서도 결국은 극복해 나가는 그늘이 들지 않은 캐릭터. 강인한 그 누구보다 더 세다고 생각했다. 상대적으로 금명은 애순보다는 덜 강한 인물이다. 그늘이 들지만, 이를 20대를 거쳐 나가면서 그만의 방식으로 떨쳐내고 성장하는 캐릭터다. 금명의 이런 강함은 애순이로부터 물려 받은 것이고, 또 애순과 관식이 오랜 시간 금이야 옥이야 키운 사랑이 금명의 자존감의 원천이라고 생각했다.

10대의 금명부터 50대까지 스펙트럼이 넓은 나이대를 보여준다. 이를 표현하기 위해 중점을 둔 바는. 또 극을 이끄는 주요한 요소인 금명의 내레이션은 50대의 금명이라고.
나이대별로 달라지는 인간의 성장 같은 부분에 고민을 많이 했던 것 같다. 10대는 어린 척하고 20대는 어른스러운 척하는 등 이렇게 단순하게 구분하지 않으면서 접근할 방법을 모색했다. 사실 나이 듦을 보여드릴 방식에 대해 감독님과 많이 상의했었다. 특히 내레이션은 첫 회부터 나오기 때문에 목소리 설정을 잘해야 했다. 내가 가끔 나이를 잊고 너무 명랑한 톤으로 가면, 감독님이 ‘금명은 지금 50대 이후입니다’ 하고 주지시키시기도! (웃음) 그래서 내레이션 후반 작업에 시간이 꽤 걸렸었다. 10대와 20대 초반은 내가 지나온 시간이라 내 경험을 투영하기도 했고, 그 이후의 시간대는 대본의 지문이나 말투에 집중했었다. 임상춘 작가님의 대본은 ‘한 템포 쉬고, 여기서 물결(~)‘등 마치 음성이 들리는 듯하다. 이게 나만이 아니라 다른 분들도 그렇게 느꼈다고. 작가님의 힘이구나 싶었다.

40대 금명이 너무 어려 보인다는 일각의 시선도 있다.
대본상으로 치면 50대다. (웃음) 이를 두고 감독님, 작가님과 굉장히 많이 상의했다. 나는 50대, 소리 선배는 70대로 가는 것인데 직접 연기하는 것에 대한 고민이 많았다. 시청자들 입장에서는 낯설 수도 있어서 여러 대안이 나왔었다. 첫째 안은 50대 금명은 다시 소리 선배가 맡고, 70대 애순은 다른 선배님이 맡는 거였는데 이렇게 할 경우 시청자가 헷갈려 혼란을 야기할 수 있다는 의견에 그냥 배우들이 분장을 해서 가자고 결정했다. 사실 나도 소리 선배도 부담감이 있었고, 분장팀을 믿긴 하지만, 어떤 모습일지 잘 상상이 되지 않았는데 감독님이 이런 말씀을 하셨다. 지금 현실의 50대는 우리가 관념적으로 생각하는 50대와 달리 굉장히 젊어 보인다, 또 금명은 나름 관리를 받는 스타 강사라고 설득하셨다. (웃음) 그러면서 소리 선배도 (50대인데) 얼마나 젊어 보이시냐고! 그렇게 먼 나이대가 아니라고 말씀하셔서 감독님을 믿고 갔다. 소리 선배도 나와 비슷한 고민을 하셨는데, 선배님이 ‘나는 하려고…’ 하시길래 ‘그럼 저도 해야죠’ 했다. 화면을 거치니 분장이 약해진 느낌도 드는데, 사실 잔주름이나 손등까지 분장했었다. 내가 ‘새치는 어떨까요’ 하니, 감독님이 ‘TV에도 나가는 사람인데 당연히 염색했죠’라고 대꾸하시기도.

엄마와 딸을 동시에 연기했는데, 금명이 애순에게 모진 말을 할 때는 딸로 또 동시에 엄마로 마음이 아팠을 것 같다. (웃음)
그렇지. 다른 작품에서는 경험하기 힘든 일 아닌가. 금명이 애순에게 모진말을 할 때 ‘이땐 어렸지’하며 이해가 안 가는 부분은 없었지만, 한편으로는 양가적으로 ‘내가 널 어떻게 키웠는데…’ 하는 마음도 들더라. (웃음) 단순히 ‘엄마한테 그러면 안 돼!’하는 것과는 다른 마음이었다. 금명과 애순의 마음이 동시에 들어오는 희한한 경험을 했다.

애순과 금명, 어느 인물에 좀 더 애착이 갈까. (웃음)
당연히 애순이다. 극 초반부 이야기를 끌고 나가는 아역부터 인생을 좀 더 촘촘히 다루고 있지 않나. 분량은 비슷해도, 또 금명도 충분히 사랑하지만, 좀 더 애정이 가는 인물을 꼽자면 애순이다. 누군가 이런 말씀을 하시더라. ‘애순은 본인이 가장 사랑하는 사람을 연기했다면, 금명은 마치 자기를 대하듯이 연기한 것 같다’고. 듣고 보니 그렇더라. 애순을 (내가) 사랑하는 사람을 대하듯이 연기했구나 싶었다.

임신과 출산까지 경험해 보지 않은 상황을 연기해야 했는데, 매우 리얼하다는 평이다. 특히 출산 장면에서 터진 실핏줄 등.
요즘은 출산 장면을 영상으로 남겨 놓으시는 분들도 있어서, 찾으려면 찾아볼 수가 있었다. 그런데 개인차가 너무 커서, 여러 의견을 참고하되 내가 상상할 수 있는 가장 극심한 고통을 표현해보자 했다. 대본의 ‘기절할 것 같아요, 숨이 안 쉬어져요’라는 말에, 기절할 것 같으면 목소리가 진성으로 안 나오지, 그리고 힘을 주면 목줄기에 힘이 들어가면서 실핏줄이 터지겠지 등등 생각했었다. 그때 옆에 분들도 너무 실감나게 연기하셨고, 현장이 덥기도 해서 정말 땀을 한 바가지 흘리다 보니, 눌러 붙은 머리 등이 자연스럽게 표현된 것 같다.

가장 공감되는 장면이나 혹은 가장 연기하기 힘들었던 장면을 꼽는다면.
매 순간 너무 조심스럽고 어려운 마음으로 대했어서 편하고 쉬웠던 장면은 없는 것 같다. 그래도 제일 힘든 장면을 꼽는다면, 체력적으로 힘든 장면은 출산 시퀀스였다. 경험하지 못한 고통을 표현해야 한다는 것이 힘들었고 원체 길게 찍기도 했었다. 촬영 내내 계속 누워있어야 한 데다, 모든 것이 낯선 상황이라 잘하고 있는 것이 맞나, 어떻게 해야 실핏줄이 터지나 등등 어려운 마음으로 임했던 것 같다. 그리고 애순과 금영이 함께 한 모든 씬은 양쪽의 마음이 모두 이해가 되면서 ‘어떻게 이렇게 동시에 이해되도록 쓰셨지’ 하고 감탄했다. 특히 금명과 애순의 공중전화씬, ‘교수님이 유학을 지원해 주신다고 하지만, 안 갈 거라고 말하는 금명과 유학 가고 싶었던 거냐고 되묻는 애순’, 이때의 대화 흐름이 매우 현실적으로 다가왔다. 기분 좋게 시작해서, 서로에게 거슬린 한마디로 인해 서로 상처받고 싸움으로 이어지는 그 과정의 감정선이 너무 리얼해서 놀랐다.

거의 매회 눈물을 쏟아냈다. 정말 ‘잘’ 울었는데, 보면서 체력적으로도 힘들겠다 싶던데.
거의 모든 씬을 울어야 했는데, 하루에 내게 허락된 액체의 총량이 있다 보니… (웃음) 가끔 액체가 부족한 날이 있었다. 분명이 슬픈데 왜 콸콸 (눈물이) 안 나오지 싶은 거다. 그래서 수분 보충을 열심히 했었다. 억지스럽거나 납득이 안 가게 소모적으로 우는 씬은 하나도 없어서 우는 것 자체로는 어렵지 않았다. 작가님이 울 수밖에 없는 감정을 써 주셨고, 몰입하면 눈물이 나서 ‘내가 이렇게 울 수 있는 사람이구나’ 싶더라.

촬영이 아닌, 완성된 작품을 보면서 울었던 장면이 있다면.
슬픈 장면을 보면서 많이 울었다. 특히 금명의 결혼식 때 관식의 표정이 너무 슬퍼서 눈물 나더라. 또 춘옥 할머니(나문희)가 떠났을 때, 관식이 마지막에 병실에서 엄마 잘 부탁해 할 때 눈물이 많이 났다.

광례(엄혜란)-애순-금명으로 이어지는 여성 서사이기도 하다. <폭싹 속았수다>를 보고 가족, 특히 어머니 생각이 많이 난다는 반응이 많다. 당신은 어땠는지.
이제 30대라 엄마와 그렇게 막, 그러니까 애순과 금명처럼 언성을 높이고 싸우는 일은 없는 것 같다. 예전에는 있었지만, 이제는 먼 과거가 됐다고 할지. (웃음) 철이 들면서 엄마를 더 이해하게 됐다. 내 나이가 (우리) 엄마가 엄마가 된 나이보다 많아지다 보니, ‘아 엄마도 엄마가 처음이라…’ 이런 생각이 저절로 든다. 어렸을 때, 생일파티 안 해준다고 싸우고 며칠을 보낸 적이 있는데 지금도 이 기억이 날 정도면 그때 얼마나 철이 없을까 싶기도 하고, 또 엄마는 얼마나 스스로 자책하셨을까 싶다. 당시 엄마가 정말 바쁘셨는데 그 와중에 가족들 모두를 건사하셨다. 저희 집의 ‘양스타’ 같은 사람, 모두의 최애 같은 분이다. 열정이 엄청 많아서 지금까지도 본인 일을 열심히 하고 계신데, 이런 엄마의 모습이 나에게 자극이 될 때가 많다. 어떻게 보면 금명과 엄마가 닮은 것 같기도 하고, 또 외할아버지댁이 제주라서 여러가지로 공감대가 많이 생겼다.

광례, 애순, 금명, 그리고 새봄으로 이어지는 여성 서사를 작가님이 정말 아끼는 마음으로 써주셨다고 생각했다. 금명이가 분에 넘치는 욕심을 부렸다고 생각할 수도 있지만, 이렇게 금명이가 꺾이지 않아서 그 딸인 새봄이는 또 새로운 시대를 살 수 있다고 생각한다. 거슬러 올라가자면, 애순이 밥상을 엎어서, 그리고 광례가 물질하면서 성심을 다해서 애순을 키웠기 때문에 지금의 그녀들이 있는 것 아닌가. 이 드라마를 하면서 또 보면서 감독님이 말씀하신 이전 세대에 대한 존경과 지금 세대와 다음 세대에 대한 응원이라는 말이 크게 와닿았다.

지금 얘기한 부분이 지난해 발표한 곡 ‘Shh..’에 투영되지 않았나 싶다.
‘Shh…’는 <폭싹 속았수다>를 하지 않았다면 지금보다 늦게 나왔을 곡이다. 머릿속에 있던 테마가 구체화되지 않았었는데 작품을 하면서 모녀 이야기, 멋진 여성 이야기에 영감받았다. 이런 이야기를 앨범 발매 당시 다 밝힐 수 없었는데 앨범이 나온 지 1년이 지난 시점에서 ‘Shh..’라는 노래와 연관이 있는지 자연스럽게 떠올려 주는 것 자체로 감사하다.

개인적으로 광례, 춘옥 할머니가 나오면 저절로 눈물이 글썽여 지더라. (웃음) 염혜란 배우, 나문희 선생과 함께한 귀한 시간이 아니었나 싶다.
평소 염혜란 선배의 팬으로 함께한다는 데 너무 기뻤다. 같이 한 씬은 두 씬 밖에 없지만, 직접 눈앞에서 그 연기를 지켜본다는 게 너무 좋았다. 내가 가지고 있던 상상보다 실제로 뵈니 더 멋지고 대단하다고 느꼈다. 기회가 된다면 다음에 꼭 진짜 열심히 함께하고 싶은 바람이다. 나문희 선생님은 말한 바대로 같이 하는 것 자체로 귀한 경험이라, 그전에 몇 번 기회가 있었는데 인연이 닿지 않았었다, 이번에 같이 할 수 있다는 데 너무 기뻤다. 선생님은 극 중 ‘춘옥’보다도 더 따뜻한 분이시다. 항상 걱정하고 챙겨 주시고, 몸 아껴서 하라고 말씀해 주신다. 좋아하는 장면 중 하나가 애순에게 배를 사준 춘옥할머니에게 작은 아빠가 투덜거리자, 그 아들에게 ‘애순이가 장남 딸이다’ 라고 말하는 대목이다. 대본으로 봐도 임팩트 있는 장면이라고 생각했는데 실제로 보니 그야말로 응원받는 느낌이었다.

4주에 걸쳐 4막으로 나눠 모두 공개됐는데 어떻게 떠나보낼 준비가 됐는지. 차기작 <21세기 대군 부인>(가제)을 벌써부터 기다리는 팬도 많은데.
촬영이 끝난 후 1년간 후반작업 하는 시간이 있어서, 그때는 ‘끝’이라는 생각이 들지 않다가, 방송을 보니 이제야 끝났구나 하고 실감이 난다. 차기작은, 하차는 절대 없고! (웃음) 지금 열심히 준비 중이다. 어제도 관련 회의를 하고 왔으니 많은 기대를 부탁한다.


사진제공. 넷플릭스


2025년 4월 11일 금요일 | 글_박은영 기자 (eunyoung.park@movist.com 무비스트)
무비스트 페이스북(www.facebook.com/imovist)

0 )
1

 

1

 

1일동안 이 창을 열지 않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