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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탑스타 티모시 샬라메, 아는 동생 같아” <웡카> 정정훈 촬영감독
2024년 2월 14일 수요일 | 이금용 기자 이메일

[무비스트=이금용 기자]
<올드보이>, <신세계>, <아가씨>부터 <그것>, <라스트 나잇 인 소호>, <언차티드>까지 한국을 넘어 할리우드에서도 수많은 러브콜을 받고 있는 정정훈 촬영감독이 티모시 샬라메 주연의 <웡카>로 다시 한 번 장르의 지평을 넓혔다. 로알드 달 재단의 허락 하에 폴 킹 감독의 상상력이 더해져 완성된 <웡카>는 판타지 뮤지컬을 표방하는 작품으로, 달콤한 환상의 세계부터 씁쓸한 현실 세계까지 한 작품 안에 자연스럽게 담아낸 정정훈 촬영감독과 화상으로 만나봤다.


<웡카>에는 어떻게 참여하게 됐나.
우선 이렇게 큰 작품에 참여하고 또 영화가 좋은 반응을 이끌어내서 기분 좋다. 폴 킹 감독과는 예전부터 알고 있었다. 다른 작품을 위해 직접 만나 얘기 나눈 적 있는데 이번 작품에 왜 나를 선택한 건지는 아직도 잘 모르겠다. (웃음) 아마도 내가 전에 어두운 작품도 해본 적 있고 밝은 작품도 해본 적 있다 보니 그 두 면을 모두 담고 있는 <웡카>에 내가 적합하다고 생각한 게 아닐까 싶다.

영화의 어두운 면과 밝은 면에 어떻게 차이를 두려고 했나.
일단 색으로 포인트를 주려고 했다. 따뜻한 컬러만 쓰면 영화가 지루해질까 봐 어두운 이야기가 나올 땐 차가운 컬러를 활용해서 대비를 줬다. 밝고 따뜻한 이야기가 전개될 때는 조명을 통해 부드러움과 깊이감을 주려고 노력했다.

그밖에도 촬영하면서 특별히 신경 쓴 부분이 있다면.
판타지적인 요소가 들어있기 때문에 현실적인 부분과 밸런스를 맞춰서 관객들에게 보여주고 싶었다. 관객이 이 영화를 보면서 동화되는 게 중요하다고 생각했고, 그런 맥락에서 영상미를 강조하기보다 오히려 더 사실적으로 촬영하려고 했다. 또 영화 곳곳에 춤과 노래가 나오기 때문에 이 모든 게 잘 어우러져 보이게 노력했다.

노래와 춤이 많이 나오지만 <웡카>를 단순한 뮤지컬 영화로 보기는 힘들 거 같다. 드라마가 주가 되고 중간중간 대사를 노래로 표현하긴 하지만, 이야기보다 노래가 우선되는 작품은 아니다. 티모시 샬라메에게서 놀랐던 건, 생각보다 노래를 굉장히 잘한다. 리허설 할 때 노래 부르는 걸 들었는데 녹음한 줄 알았다. (웃음)

티모시 샬라메와의 작업은 어땠나. ?
성실하고 열정적인 배우다. 분명 탑스타인데 다가가기 어려운 느낌이 없었고 어떨 땐 잘 아는 동생처럼 느껴질 때도 있었다. (웃음) ‘이래서 모두가 좋아하는구나’ 절로 알게 되더라. 찍으면서 감탄했던 장면이 있다. ‘웡카’가 ‘움파 룸파’(휴 그랜트)와 호흡을 맞출 때다. 영화에서는 한 화면 안에 함께 등장하지만 실제로 촬영할 땐 티모시 샬라메가 ‘움파 룸파’ 모형을 보면서 대사를 했고, 휴 그랜트는 카메라 옆에서 대사를 맞춰줬다. 그런데 완성된 장면을 보니 너무 자연스럽게 두 사람이 함께있는 것처럼 보이더라. 찍을 때도 즐거웠지만, 확실히 CG까지 더해지니 감탄이 나올 정도였다. (웃음)

또 티모시 샬라메가 다른 배우들과 듀엣으로 노래를 부르는 장면에서는 카메라 뒤의 나까지 뭉클해지더라. 찍으면서 감정이 올라올 때가 종종 있는데, <웡카>를 하면서 그런 순간을 몇 번 맞았다. 티모시 샬라메뿐만 아니라 <웡카>에는 내가 좋아하는 배우들이 많이 나온다. 한 명 한 명 담는 게 너무나 즐거웠다.

폴킹 감독과는 어땠나.
킹 감독과 소통에 있어 어려움은 전혀 없었다. 작품에 대한 생각들이 일치한 게 많아서, 특별히 조율하는 시간이 없어서 더 좋았다. 폴 킹 감독이 '이런 걸 원한다' 하면 나는 '이런 건 어떠냐'며 제안을 하고 아이디어를 바꾸기도 하고 그런 식으로 촬영을 했다. 서로 잘 맞았다.

영국의 변화무쌍한 날씨 때문에 힘들었다고.
영국의 날씨는 시시각각 변한다. 비가 엄청 내렸다가 어느 순간 해가 쨍쨍 나기도 한다. 날씨는 내가 통제할 수 없는 영역이다 보니 어떻게 찍어야 할지 연구를 많이 했다. 야외촬영이 많은 작품이었던 터라 날씨와의 싸움이 힘들었다. (웃음)

박찬욱 감독의 <스토커>(2013)로 한국인 촬영감독 최초로 할리우드에 진출했다. 이후 10년간 할리우드에서 일하고 있는데. 예전과 비교해 달라진 점이 있을까.
일단 예전보다 언어가 많이 편해졌지만, 돌이켜 생각해보면 언어는 크게 문제되지 않는 거 같다. (웃음) 같이 일하는 사람과 가고자 하는 방향이 같으면 언어는 달라도 상관이 없다. 그런데 문제는 보통 서로 의견이 다를 때 발생한다. 언어가 능숙하지 못했던 때는 말로 조율하는 게 힘들었다. 그래서 작품이 들어오면 가장 먼저 영화를 이해하고 내 것으로 만들려고 했고 지금도 그렇다. 연출과 연기를 공부했던 게 도움이 되는 부분도 있다. 아무래도 드라마를 좀 더 잘 이해할 수 있다고 할까. 연출적인 아이디어를 제안할 수 있는 게 내 장점이라 생각한다.

지난해 미국촬영감독협회(ASC)의 회원이 됐다.
ASC에 가입하려면 일정 수 이상의 작품을 해야 하고 3명 이상으로부터 추천을 받아야 한다. 업무 환경이나 조건 면에서는 달라진 게 없지만 더 이상 이방인, 외부인 감독이 아니라 그들과 동등한 입장에서 평가 받는 게 좋다. (웃음) 할리우드에서 처음 일을 시작했을 땐 색다른 시각을 원하는 사람들이 나를 찾았다. <기생충>이나 넷플릭스 <오징어 게임>이 흥행하면서 한국 작품의 인기가 올라갔고, 내게서 할리우드가 아닌 ‘한국인’ 촬영감독의 시각을 원하더라. 하지만 나는 항상 동등한 입장에서 경쟁하고 싶었다. 한국인 촬영감독이 아닌, 국적을 떠나 그저 하나의 촬영감독으로 인정받고 싶은 마음이 컸는데 이번 <웡카>에선 순수하게 능력적으로 평가받은 거 같다. 촬영이 미술, 분장과 잘 어우러졌다는 평을 받았을 때 정말 좋았다.

한국 작품 계획도 있을까.
다음 작품에 대해선 아직 계획된 바가 없다. 아직도 배우는 단계라고 생각하고 있고, 할리우드에서 새롭게 알게되는 것들이 많다. 한국, 할리우드 가리지 않고 좋은 작품이 있으면 하고 싶지만 일단 가족들이 미국에 있다 보니 여기에서 더 많은 작품을 하고 더 좋은 평가를 받은 뒤 돌아가고 싶다. (웃음) 무엇보다 내가 아니면 안 된다는 작품을 만나고 싶은 마음이 크다.


사진제공_워너브라더스코리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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