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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ose77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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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3-05-05 오후 11:52:26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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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55회깐느영화제에서 우리의 거장 임권택이 [취화선]으로 감독상을 수상하며 감격의 순간을 전해주던 순간, 그의 옆에서 함께 손을 치켜든 이는 바로, 폴토머스앤더슨이었다. [리노의도박사][부기나이트][매그놀리아] 세편의 영화로 헐리우드에서 좀처럼 보기 힘든 심중있는 젊은 천재아티스트로 탄생한 그는, 심중있는 발자국을 적당한 속도로 (물론 3시간의 길이에 달하는 매그놀리아의 속도는 꽤 느린편이지만^^)찍어 놓으며,
그안에 "고통"이라는 선연한 그림자를 새겼으니 , [펀치드렁크러브]의 개봉은 긴 기다림에 종지부를 찍는 반가운 봄선물이 아닐수 없다. 내가 폴토머스앤더슨의 영화를 좋아하는 가장 큰 이유는 "비판과 고통"의 무게를 비록, 심히 힘들지언정 끝까지 함께 지고 가려는 감독의 끈질긴 뚝심때문이다. 현란한 카메라워크와 새로운 기법의 트루기로 승부하려는 "의도"와 전혀 관계없는 오히려 "지루한"뉘앙스의 그의 영화가 나에게 남다르게 다가오는 이유는 그 "진정성"때문이리라. 부기나이트에서 보여준 매스미디어에 대한 신랄한 비판과 , 향락산업에 가차없이 내뱉는 그의 입에 고여있던 침은 고단한 삶을 살아가는 모든이들에게 깊은 위로가 되어...준다. 롤러를 타고 스튜디오를 다니던 롤러걸(헤더그레이엄)과 포르노배우를 꿈꾸는 에디(마크 월버그) 마기(줄리언무어) 등의 몸부림은 섹슈얼리티의 증폭과는 무관한 고단한 삶의 굴곡을 묘사한다. 절정에 달해있던 에디의 전성기 그리고 무너짐의 순간에서 관객이 느끼는 허탈감은 우리가 종종 삶에서 맛보는 "실패"가 아닌 "패배"와 닮아있어서 "고통"스러웠다. 차기작 "매그놀리아" 또한 그렇다. 매스미디어에 대한 역설적인 조롱은 여전히 진행중이나 이에 더해진 "부성애"에 대한 감독의 진지한 묘사력은 뛰어났다. 나누어진 챕터속에 등장하는 인물들은 끊임없이 욕망하고 끊임없이 분열된다. 결국 자신을 최악의 상황에서 산산조각낸것은 잘못된 형태의 욕망때문이라는 사실을 깨닫는 순간 하늘에서 내리는 "개구리비"는 타이어밑에서 차창유리밖에서 또다시 분열되며 다시한번 끔찍한 "고통"을 간접적으로 전해준다. 이 심중깊은 영화들을 이끌어온 폴토머스앤더슨이 30도 채안된 나이에 부기나이트를 만들었으며 여전히 30대중반의 나이라는 사실은 그야말로 더욱 끔찍하다.(물론, 나이와 작품의 깊이는 무관하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이것은 무심히 넘어가기에는 너무나 끔찍한 "진지함"이 아닌가!)
지금까지 언급해온 그의 전작에 대한 짧지않은 언급은 그의 최신작 [펀치드렁크러브]에 대한 리뷰를 이끌기 위해 반드시 필요했다. 왜냐하면 너무나 당황스럽게도, [펀치드렁크러브]는 우리가 기대했던 그의 전작과 외관이 지나치게 다르다. 그 첫번째 이유는 이영화는 "로맨틱코미디"이기 때문이고, 두번째 이유는 "이야기가 지나치게 간단하기 때문"이다. "고통"을 "유머러스"하게 버무린 [펀치드렁크러브]는 위에서 언급한 그의 전작들과 사뭇다르다. 깐느가 임권택과 함께 그에게 감독상을 건네준 이유는 여전히 분명하지만, 조금 당혹스럽다. 그가 밝아졌기 때문이다.
영화는 전반부에서 관객의 관심을 의도적으로 분열시킨다. 주인공 배리(애덤 샌들러)가 길위에서 우연히 오르간을 발견하게 되고 레나(애밀리 왓슨)를 만나게 되는 과정은 "순간"적인 찰나에 비춰지는 "햇살의 뜨거움"처럼 극적이지만 그길이가 "짧아서"관객에게 혼란을 준다. 오르간을 이리저리 들고 오가는 저 사내. 배리 무언가 불안하다. 7명의 누나들 밑에서 자란 배리가 보여주는 기이한(?) 행동은 폰섹스로 연결된다.
"전 이따금씩 아주 많이 울어요. 이유없이...."
매형의 독촉에 못이겨 인생상담의 끝에 나온 배리의 이 솔직한 심경고백은 배리를 가장 적절히 표현하는 문장이다. 그는 정확히 자신이 왜 불안해 하고 외로워 하는지 그ㅡ"이유"를 알지 못하고 있다.(파악되지 않은 원인을 향한 끝없는 자문의 연속.)
"이유"를 모르는 배리는 끊임없이 초조해 하며, 마일리지를 모으기 위해 푸딩을 산다.(인물의 심리묘사를 위한 기막힌 "상업적"알레고리.)마음에 드는 그녀에게 다가설수 없다. 부족한 자신이 누군가에게 다가가서 마음을 표현한다는것은 이미 "불가능한" 하기 때문이다. 자신의 이름을 속이고 폰섹스를 하기 위해 전화한 배리의 우물쭈물한 태도는 상대방에게 약점을 잡히기 가장 적합한 상대로 이미 파악되버린다. 어설픈 배리가 그들의 "표적"이 되어 괴롭힘을 당하는것은 어찌보면 당연하다. 감독은 신경쇠약직전(?)의 이 남자 배리의 자아찾기 과정사이에 정확한 간격으로 그의 전작에 이은 매스미디어에 대한 역설적인 조롱을 퍼붓기 시작한다. 배리를 괴롭히는 폰섹스의 유혹적인 광고와 멘트, 배리에게 꿈을 실어주는 항공권 마일리지 광고, 결국 배리를 참을수 없는 순간의 분노로 몰아넣는것은 "인간"이 아닌 인간과 인간을 연결해주는 "매스미디어"의 지나친 확장이다. 오색찬란한 순간의 챕터로 나뉘는 이 귀여운 88분의 사랑이야기가 순간순간 절묘할정도로 "참혹"한것은 배리를 괴롭히는 주변장치때문이다.(고객의 개인정보를 캐내서 악이용하는 매트리스맨.) 결국 이 주변장치를 모두 부숴내고 배리의 영혼을 구제하는것이 레나의 "입술"이라는 귀여운 설정은 영화의 멋진 귀결이지만.
소극적인 배리에 비해 적극적인 포즈를 취하는 레나는 "정신"을 잠식시키는 "육체"를 상징하고 은유한다. 여자에게 다가설수 없는 배리가 이용하는 "폰"이 배리의 정신을 가로막는 장애물이라면 일순간에 찾아든 레나의 "키스"는 배리의 영혼을 구제하는 멋진 "육체"이다. 배리의 시들한 영혼을 일순간에 구제하는 레나의 심리에 영화는 심히 귀기울고 있지 않으나 이미 묘사는 충분하다. (짧은 시간내에 이야기를 깔끔히 완결해내는 뛰어난 플롯.)
여자는 남자를 구원했고 남자는 더이상 거짓말하지 않을것이며 다시는 폰섹스를 위해 수화기를 들지 않을것이며 다시는 공중화장실을 부숴뜨리지 않을것이다. 그녀에게 거짓말할 하등의 이유가 없어졌기 때문이다. 누군가를 속이고,, 자신의 외로움을 배설해내지 못하고, 불편한 양복이 어울리지 않는 직장에서 반듯하게 다려입은 양복을 입고 앉아있는것은 분명 어울리지 않는 일이다. 지나친 표현이 상대에게 부담을 줄것이라는 당신의 예상은 완벽히 틀렸다. 상대는 당신의 표현을 아주 오랫동안 기다려왔을것이다. 표현하지 않는 당신의 감정을 상대가 알아주길 원하는 그릇된 욕망은 외로움에 더해질 "고통의무게"일 뿐이다. 표현하는 당신을 부담스러워 하는 상대라면 잘못된 노선이니 과감히 "뉴턴"하길 바란다. 배리의 분열을 성공적으로 막아낸 레나가 배리의 이상했던(분명, 과거형이다.)정신상태를 알필요는 없다. 배리가 고백하는 폰섹스의 경험도 무의미하다. "사랑"이 이미 모든 "과거와 비뚤어진 정신상태"를 불태웠는데 무슨 설명이 필요하겠는가.
[펀치드렁크러브]는 우리가 기대했던 아니 예상했던, 폴토머스앤더슨의 신작의 형태가 아니라 더욱 신선하다. 88분의 짜릿한 순간의 경험은 다시금 이영화를 DVD로 소장하고 싶게끔 만든다. "육체"가 "정신"을 잠식시키는 순간 박수가 절로나온 이 짜릿한 경험을 당신과 함께 하고 싶다. 오랫동안 사랑하지 못한 당신의 쓸쓸한 영혼 앞에 이영화를 추천한다.
http://www.onreview.co.kr http://cinekim.wo.to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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펀치 드렁크 러브(2002, Punch-Drunk Love)
제작사 : New Line Cinema, Revolution Studios, Ghoulardi Film Company / 배급사 : 콜럼비아 트라이스타
수입사 : 콜럼비아 트라이스타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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