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애이야기를 극단적인 로맨스와 코미디를 버무리기 보다는 현실적이면서
도 배우들의 감정상태를 현실적으로 바라볼수 있는 시각을 제공하는
로맨스영화는 상당히 찾아보기 힘들다. 마크 웹감독이 선사하는 한 연인
상태의 관계의 화살표에서 헤어짐의 아픔과 사랑의 의미를 다시금 새기게
만드는 500일간의 시간대를 여기 저기 왕복하는 두 남여관계를 보여주면서
공감과 함께 만들어진 연애의 색다르면서도 중요한 진실과 깊이있는 재미와
사색을 제공하는 영화는 드물다고 말하고 싶다. 건축학을 전공했지만 자신의
전공을 살리지 못하고 카드의 카피라이터로서 일하는 탐(조셉 고든 레빗)은
예전부터 운명의 사랑을 꿈꾸는 로맨티스트의 이상주의자적인 연애관을 가진
인물, 그런 그의 앞에 사장의 비서로서 온 썸머(조이 데샤넬)에게 한 눈에
반하게 된다. 썸머는 부모님의 이혼이후 심각한 관계는 기피하고 자유로움과
젊음을 만끽하고 즐기는 현실주의자적 연애관을 가지고 있으며 연인관계과
결혼에 대한 생각을 기피하는 인물이다. 그런 썸머에게 화살이 꽂힌 탐은
그녀에게 자신이 그녀를 좋아하고 있다는 싸인을 보내지만 종종 알아채지
못하고 마침내 회사 회식자리로 나간 자리에서 친구의 한마디와 탐에게
공통점이 많음을 느낀 재미있는 사람이라고 생각한 썸머는 친구관계를
제안한다. 탐은 일단 그 관계를 받아들이고 썸머와의 사랑의 감정을
키워나가는 듯 보인다. 중요한 것은 1~500일 사이의 시간대를 넘나들면서
보여지는 영화속에서 보여주는 대부분의 시각은 탐의 생각이라는 것이다.
그가 썸머에게 사랑을 집착하게 되며 겪는 고통도 결국 자신의 시각에
가려져 결코 중요한 것을 보지 못하는 것, 그것을 깨달아가 가며 연애
란 그리고 사랑이란 어떤 것인지를 경험하게 되는 한 과정의 이야기라는
것이다. 편한 관계로 함께 할때에 즐거웠던 모든 것들이 무미건조해질때
탐과 썸머의 관계의 구도를 첫 시간대와 후반기의 시간대를 대조적으로
보여주면서 사랑에 대한 진정한 리얼리티를 보여주는 시각이 매력적인
영화이다. 사랑하는 사람이라면 한수 양보하고 결국 사랑을 되찾고
결혼한다는 식의 진부한 결말과는 달리 결국 서로에게 맞지 않는 결혼
상대와 연애상대의 구별을 확실하게 보여주는 영화이기도 하다. 조이
데샤넬보다는 조셉 고든 레빗의 나름 깊이있는 캐릭터의 연기가 인상
적이었다. 자신이 믿던 운명적인 사랑이라는 시각때문에 정작 중요한
것을 깨닫지 못하고 자신의 일상생활까지 망가지는 고통을 경험한
그지만 그로인해 연애에 관해 그리고 사랑에 관해 새롭게 성숙한
모습으로 시작할수 있는 결말의 모습은 현실적이면서도 공감가는
현실적인 일상 사람들의 연애모습이라는 점에 박수를 보낸다.
썸머의 결혼또한 썸머 자신도 예상하지 못했던 점, 깊이있는 관계
를 거부하고 운명을 믿지않고 사랑은 존재하지 않는다는 가치관을
깨는 모습에서 그녀또한 탐과의 관계를 통해 사랑에 대한 개념이
바뀌었음을 언급하는 부분이 있다. 둘은 분명 서로를 좋아했지만
한명은 친구나 연인으로서의 모습을 사랑했고, 한명은 사랑을 깊이
있게 이끌어 연인관계에서 결혼까지 상상한 운명적인 사랑을 꿈
꾸었을 뿐이라는 것이 개인적인 느낌이다. 아픔을 통해 새롭게
성숙하고 각자의 길을 가고 그리고 무엇보다 사랑했던 사람의
행복을 빌어주고 새로운 사랑을 시작하려는 탐의 모습은 정말
누가봐도 일상을 살아가는 남성이나 여성에게 공감할수 있는
연애의 일반적인 모습이 아닐까 생각한다. 그리고 이 영화의
내용은 그런 연인관계에 있는 사람들의 관계를 더욱 깊이있게
발전시켜줄 가치관의 차이를 이해하는데도 매력적인 로맨스영화
라는 느낌이 든다. 굳이 장르적 관점을 본다면 리얼리티 로맨스
영화라고 할까! 연인이라거나 사랑을 해봤거나 사랑을 하고
있거나 어떤 관계에 있는 남여에게도 깊이있는 공감과 이해를
가져다 줄 영화라는데 아낌없는 한 표를 보내는 바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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