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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년간의 행복했던 동행에 마침표를 찍다... 해리 포터와 죽음의 성물 2
ldk209 2011-07-14 오후 4:58:12 24367   [4]

 

10년간의 행복했던 동행에 마침표를 찍다... ★★★★★

 

※ 영화의 결론을 포함한 중요한 설정들이 포함되어 있습니다.

 

영화로만 보면 2001년 <해리포터와 마법사의 돌>로 시리즈의 첫 장을 열었으니, 정확하게 10년 만에 해리포터 시리즈는 <해리포터와 죽음의 성물 2>로 막을 내리게 되었다. 사실 해리포터 시리즈는 매번 해리포터와 볼드모트의 대결을 그리고는 있지만, 크게 보면 한 불행했던 아이가 친구를 만나, 우정을 쌓고 사랑하는 사람들과 함께 성장하는 성장 드라마로서의 무게가 더 크게 다가오는 시리즈라고 할 수 있다.

 

이런 점에서 <해리포터와 죽음의 성물>은 시리즈의 다른 편과는 확연히 구분되는 지점이 있다. 이전 시리즈, 즉 <해리포터와 마법사의 돌> <해리포터와 비밀의 방> <해리포터와 아즈카반의 죄수> <해리포터와 불의 잔> <해리포터와 불사조 기사단> <해리포터와 혼혈왕자>는 모두 프리벳가 4번지에서 시작해 해리포터가 호그와트에서 한 학기를 보낸 후 다시 프리벳가로 돌아가는 순환구조로 되어 있으나, <해리포터와 죽음의 성물>은 호그와트에서 생활하는 해리포터의 이야기를 담고 있지 않은 유일한 시리즈며, 호그와트는 거대한 마지막 전쟁이 펼쳐지게 되는 무대로서만(!) 기능한다.

 

시리즈의 마지막. 이야기는 뻔히 알고 있다. 그것도 원작자의 뜻에 따라 영화적 각색을 거의 하지 않은 것으로 유명한 시리즈니만큼 소설과 다른 이야기를 담거나 다른 결론으로 나아간다는 건 처음부터 상상하기 힘들었다. 그럼에도 지난 10년의 판타지 문학 열풍을 주도했던 작품의 마지막 영화라는 점 하나만으로도 관객을 스크린 앞으로 불러 모을 매력을 발휘할 것은 분명하며, 시리즈 중 처음이자 유일하게 3D로 제작한 영화라는 점도 매력 요소 중 하나일 것이다.

 

볼드모트는 죽음을 지배하는 3대 성물 중 하나인 딱총나무 지팡이를 덤블도어 교수의 무덤에서 획득하지만, 동시에 해리포터가 자신의 영혼이 담긴 호크룩스를 파괴하고 있다는 사실을 알아차리고 위기감을 느낀다. 해리포터 일행은 도깨비 은행에서 호크룩스의 하나인 후플푸프의 잔을 훔쳐 나오고, 나머지 호크룩스가 호그와트 안에 숨겨져 있음을 알고 호트와트로 향하게 된다. 이와 동시에 볼드모트도 해리포터로부터 호크룩스를 지키기 위해 자신의 무리를 이끌고 호그와트를 공격하려 한다. 해리포터와 볼드모트, 두 진영은 호그와트에서 치열한 마지막 전투를 벌인다.

 

시리즈 마지막의 가장 큰 특징이라면 무엇보다 재미있다는 점이다. 왜냐면 이야기의 서론이라든가 상황 설명은 작년에 개봉한 1편에서 차곡 차곡 쌓아 놓았고, 2편은 이걸 터트리기만 하면 되기 때문이다. 따라서 상영 시간 131분 동안 영화는 은행에서의 도입부를 제외하고 거의 내내 호그와트에서의 전투 장면을 담는 데 할애된다. 물론 전투가 진행되는 와중에 벌어지는 다양한 사건들 - 호크룩스의 파괴, 스네이프 교수의 죽음과 사랑 이야기, 마지막 호크룩스의 비밀 등 사실상 이 모든 시리즈의 뒤에 감추어진 이야기들 - 도 원작소설에 나온 거의 그대로 빠짐없이 담겨져 있다. 팬이라면 전투 장면의 스펙터클함에 눈이 휘둥그레지다가도 스네이프 교수의 마지막에 눈물이 핑도는 감동을 느끼지 않을 재간이 없다. 이는 감독이 공언한 대로 두 편으로 나눠 개봉한 <해리포터와 죽음의 성물>은 시리즈의 팬들을 위한 선물임을 느끼게 하는 부분이다.

 

물론, 해리포터 시리즈의 최대 약점은 강렬한 액션 장면의 부재 내지는 부실(?)이다. 아무리 이야기가 중요하고 아이들의 성장이 중요한 영화라고 해도 판타지 블록버스터의 대표주자로서 시신경을 건드리는 강렬한 볼거리의 부재는 팬의 입장에서도 아쉬운 지점이 아닐 수 없다. 그래서 <해리포터와 죽음의 성물 2>를 더 기다리고 기대했는지도 모르겠다. 호그와트에서의 마지막 전투를 어떻게 그려냈을까에 대한 기대감. 그러나 기존 시리즈에 비해 가장 거대하고 가장 강렬했음에도 불구하고 여전히 액션이나 전투장면의 묘사에 있어서 좀 약해 보이는 것도 사실이다. 전투의 전체적인 조망도 힘들고, 세부적인 전투장면의 묘사도 거의 보이질 않아, 뭔가 벌어지고 있는데, 그게 뭔지는 잘 들어오지 않는 상황이 계속된다. 원작에서 충분히 감동적인 에피소드가 있음에도 왜 살리지 않았는지 좀 의아스럽다.

 

원작과 영화가 거의 대동소이함에도 불구하고 세부적인 설정이나 상황에서 분명 원작과 다른 점들이 존재한다. 원작의 모든 걸 다 담을 수 없는 한계를 인정하기 때문에 어느 정도 달라지는 건 어쩔 수 없다 하지만, 원작과 다름으로서 가장 실망을 느낀 지점이 바로 마지막 전투씬의 마지막 부분이다. 원작에선 전투가 진행되는 내내 수적 열세에 밀리던 해리포터 진영이 일거에 전세를 뒤집는 계기는 마법사가 아닌 다른 생물의 전투 참여에서 비롯된다. 즉, 해리가 죽은 줄 알던 헤그리드는 숲을 걸어 나오며 방관자인 켄타우로스들을 향해 울부짖고, 결국 켄타우로스들은 전투에 참가하기로 한다. 원작에서 이 부분을 읽을 때 가슴이 요동치듯 뛰었다. 드디어 최후의 일전이구나라는 느낌. 켄타우로스들의 말발굽 소리가 천지를 진동하고 그들이 쏜 화살이 어둠의 마법사들을 향해 내리 꽂히며, 집요정들이 주방기구를 들고 합세하는 등의 아수라장이 펼쳐지는 가운데, 해리포터와 볼드모트가 마법사들의 둘러선 곳에서 최후의 대결을 펼치게 되는 것이다. 그런데 영화는 다른 생물들의 전투 참여를 배제하였고, 최후의 대결도 둘 만의 대결로 축소해 놓았다. 왠지 강렬한 스파크를 의도적으로 누르는 듯한 느낌이랄까.

 

또한 원작과 달라서 잔인하게 느껴졌던 건, 죽음을 결심한 해리가 볼드모트에게 가기 전에 론과 헤리미온느를 만나게 한 점이다. 원작에서 해리포터는 사람들의 죽음을 자신 때문이라 자책하는 가운데, 볼드모트의 마지막 숨겨진 호크룩스가 자기임을 알게 되자 죽음을 결심하고 혼자 볼드모트를 찾아 나선다. 해리포터는 네빌을 만나 혹시 기회가 생기면 뱀을 죽이라고 말한 후 숲으로 들어가고 다행히(!) 가는 길에 론과 헤르미온느를 만나지 않는다. 그건 친구를 보게 되면 죽으려던 결심이 흔들릴 수도 있기 때문이다. 그런데 영화에선 죽으러 가는 길에 자기의 목숨보다 소중한 친구들을 만나게 하고 그 이유까지도 알게 한다. 그건 해리에게나 친구들에게나 있어서는 안 될 가장 끔찍한 순간이었을 것이다. 관객에게 쉽게 감동을 안겨주려는 배려(?)가 관객에게 가장 끔찍한 순간을 제공한 건 아닐까.

 

이런 아쉬움에도 불구하고 난 해리포터를 지지하고 사랑한다. 그건 내가 두려움과 초조함에 힘들어할 때 내 옆에서 나를 위로해 준 존재였기 때문이다. 2000년 봄, 쉽게 해소될 줄 알았던 짧은 휴식이 점점 길어지자 미래에 대한 불안감에 초조와 번민으로 잠을 못 이룰 때가 있었다. 그 때 우연히 누군가의 선물이었지만 아동도서라 생각해 한 구석에 처박아 두었던 해리포터 원작소설 6권(1편부터 3편까지)이 내 손에 쥐어졌고, 며칠 동안의 밤샘 독서로 이어졌다. 직후 다시 일을 시작한 그 과정이 마치 마법처럼 느껴졌고, 매년 새로운 책의 출간과 영화 개봉을 손꼽아 기다리게 되었다. 영화가 끝나고 엔딩 크레딧이 올라가는 데 가슴이 먹먹해져 왔다. 10년간의 행복했던 동행이 이제 정말 막을 내리는구나. 영화 해리포터에 대한 나의 평가는 영화적 재미나 완성도의 평가가 아니라 아마도 나를 위로해 준 친구에 대한 평가일 것이다.

 

※ 또 하나 좀 아쉬운 건 스네이프의 해리포터에 대한 사랑을 결국엔 표현하고 말았던 원작과 달리, 영화에선 해리 엄마에 대한 사랑으로만(!) 표현했다는 점이다.

 

※ 마지막 시리즈의 엔딩 크레딧이라면 1편부터의 제작 장면을 파노라마처럼 보여줘도 좋았지 않았을까 싶다.

 

※ 언론 시사회에서 해리포터가 쓰고 다니는 안경 모양의 3D 안경을 선물한 걸 보고, 혹시나 했는데 그건 역시 시사회용 선물이었다. 부럽다.

 

※ 지금까지 몇 편의 3D 영화를 보며 느낀 건, 굳이 영화가 3D로 나올 필요가 있는 가에 대한 회의였다. 물론 영화마다 3D 효과가 기가 막힌 몇 장면들이 있다. 그런데 그런 몇 장면을 위해 3D로 제작한다는 것은 비효율 아닐까 하는 것이다. 이번 영화에서도 초반 호그와트를 배경으로 하늘에 디멘터들이 둥둥 떠 있는 장면 정도를 제외하고 딱히 3D의 감흥이 느껴지지 않았다.

 

※ 만약 조앤 롤링이 영화 제작에 대한 간섭을 포기하고 자기만의 독특한 세계가 있는 감독이 원작에 구애받지 않는 영화적 각색을 통해 새로운 영화로 탄생된다면 어떨까?


(총 0명 참여)
hc0412
영화 못지않게 리뷰를 아주 잘 썼네요... 잘 읽었습니다.   
2011-07-31 14:49
jhee65
정말 좋은 마지막이었어요... ^^   
2011-07-26 19:38
partkkm
좋은 글이네요ㅎㅎㅎㅎ죽음의 성물도 책으로 읽은 지 오래 되어서 스토리를 까먹었는데 다시 한번 콕 찍어 주셔서 감사합니다ㅋ개인적으로 해리포터 이전 작품들도(특히 크리스 컬럼버스의 1,2말이죠...) 3D로 제작됐으면 좋겠다는 생각을 해봤었는데..   
2011-07-17 17:3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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해리 포터와 죽음의 성물 2(2011, Harry Potter and the Deathly Hallows : Part 2)
제작사 : Heyday Films, Warner Bros. / 배급사 : 워너브러더스 코리아(주)
수입사 : 워너브러더스 코리아(주)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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