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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브스턴스(2024, The Substance)
배급사 : (주)NEW
수입사 : 찬란 /

서브스턴스 : 신제품 홍보 영상

[리뷰] 기발하나 불편한 바디 호러 (오락성 7 작품성 7) 24.12.11
두 주연배우의 미친 연기와 크로넨버그을 연상케 하는 연출 ★★★★★  w1456 24.12.15



올해 최고 미친 영화
할 말 잃게 만드는 충격


영화 <서브스턴스>는 나, 그리고 더 나은 버전의 나와의 지독한 대결을 그린 논스톱 블러디 스릴러다. 제77회 칸국제영화제와 제49회 토론토국제영화제 미드나잇 매드니스 부문에서 공개된 후 “충격적이게 만족스럽다”(Guardian), “끔찍할 정도로 아름답다”(Richard Crouse), “엄청나게 황홀한, 정신 나간 상상력의 업적”(Chicago Daily Herald)이라는 극찬을 받았다.

“올해 가장 놀라운 클라이맥스를 선사한다”(DarkSkyLady)는 평처럼 엔딩 30분간 펼쳐지는 엄청나게 황홀하고 무자비하게 폭발적인 전개로 칸국제영화제에서 13분 동안의 기립박수와 함께 각본상의 영예를 안았다. 토론토국제영화제에서는 시작부터 끝까지 단 한 명의 관객도 내리지 못하도록 질주하며 “누구나 한 번은 경험해야 할 영화”(KCCI)라는 호평을 이끌고, 미드나잇 매드니스 관객상을 수상하고 올해 최고 화제작 자리에 올랐다.

특히 <서브스턴스>는 할리우드 톱배우 데미 무어의 연기 인생에 새로운 전환점이 되었다. 외신들은 입을 모아 “데미 무어의 비범한, 커리어 최고의 퍼포먼스”(Rolling Stone), “지난 30년 동안 이런 확신을 가진 영화를 가진 적 없는 데미 무어 캐스팅은 영화의 주제와 놀랍게 연결된다”(Daily Telegraph) 등 데미 무어의 30년 경력 최고의 연기라며 극찬을 아끼지 않았다. 일찌감치 아카데미를 비롯한 각종 시상식의 강력한 여우주연상 후보로 예상되고 있다.
샤넬의 앰버서더로 활동하는 마가렛 퀄리는 데미 무어와 함께 1990년대에 왕성하게 활약한 할리우드 스타 앤디 맥도웰의 딸이다. 2013년 지아 코폴라 감독의 영화 <팔로 알토>를 시작으로 <원스 어폰 어 타임 인… 할리우드>, <가여운 것들>, <카인드 오브 카인드니스> 등에 출연해 단숨에 할리우드 거장 감독들의 뮤즈로 떠올랐고 <서브스턴스>에서도 강렬한 연기를 선보인다.

데미 무어와 마가렛 퀄리는 전신 누드도 불사하고, 전라인 채로 격렬한 격투까지 펼치며 충격 그 이상의 명장면을 탄생시켰다. 두 배우는 누가 진짜 미친 건지 대결이라도 하듯, 파격적인 사생결단을 펼치며 관객들을 극한으로까지 몰고 간다. 하나이면서 또 둘인 역할을 연기하며 영화가 전하고자 하는 메시지를 온전히 구현해 “현실을 비추는 미친 거울을 든 감독과 안팎으로 완벽한 재료인 무어와 퀄리”(Art House Film Wire)라는 평을 받았다.

연출과 각본을 맡은 코랄리 파르자 감독은 강렬한 데뷔작 <리벤지>에서 보여준 확고하고 독특한 색채에 이어 <서브스턴스>만의 압도적인 작품성으로 전 세계의 이목을 이끌고 있다. “감독의 굉장한 자신감과 대담함에 관객들은 비명을 지르거나, 박장대소하며 박수를 칠 수밖에 없다”(IndieWire), “어떤 예상도 빠르고 강하고 보기 좋게 날려버리는, 새로운 공포 대가의 탄생”(Daily Dead), “파르자 감독은 극단으로 가는 데 거리낌 없는 예술가다”(Bulz-Eye.com)라며 젊은 거장의 등장을 환영했다.

<서브스턴스>는 젊음과 아름다움을 향한 욕망을 잔혹동화로 담아내, 동화의 가면을 쓴 잔혹한 할리우드에 빅 엿을 날리며 상상 그 이상의 짜릿함으로 색다른 경험을 선사한다. 참을 수 없는 웃음과 동시에 비명이 터져 나오는 폭발적인 도파민의 끝을 보여준다.
극중 프로듀서로 나오는 데니스 퀘이드 역할의 이름이 ‘하비’인 것만으로도, 성추문 스캔들로 할리우드를 발칵 뒤집은 하비 웨인스타인을 직접 저격한 듯 의미심장하다. 이에 “사악할 정도로 대담하다. 과장된 현대의 미와 젊음에 대한 할리우드의 집착에 대한 신랄하고 유쾌한 풍자”(Detroit News), “흉골을 향해 큰 망치를 휘두르듯 공격적이고 배짱이 있게 무시무시한 공격으로 메시지를 전달한다”(The Popcorn Muncher) 등 남성중심적인 미의 기준과 엔터테인먼트 산업의 신화를 비웃는 과감한 연출력에 대한 칭찬을 쏟아냈다. 또한 “모든 면에서 맛있게 그로테스크하다”(London Evening Standard), “극장 안이 숨을 헐떡이는 관객들의 공포로 꽉 찬다”(YouTube ‘Kermode and Mayo's Take’), “1년 내내 공포 영화를 본 이들에게도 여전히 희귀한 영화”(Variety)라면서 공포라는 장르로 승부수를 던진 대담함 또한 감탄했다.

데미 무어, 인생 3막이 열렸다
“그 역할이 날 찾아왔다”


<서브스턴스>에서 데미 무어는 “커리어 최고의 성과”라는 극찬이 무색하지 않은 파격 연기를 선보인다. 이번 영화에 함께 출연한 데니스 퀘이드는 언론의 대호평을 두고 “데미 무어 연기 인생의 놀라운 3막”에 들어섰다고 대환영하기도 했다.

데미 무어가 연기한 ‘엘리자베스’는 아카데미상을 수상하고 명예의 거리까지 입성한 대스타였지만, 지금은 TV 에어로빅 쇼 진행자로 전락한 인물로 실제 데미 무어와도 묘하게 부합한다. 1981년 데뷔한 데미 무어는 90년대 전 세계를 사로잡은 초특급 히트작 <사랑과 영혼>으로 최고의 인기를 구가했고, 이후 <어 퓨 굿 맨>, <폭로>, <주홍글씨>, <나우 앤 덴>, <스트립티즈>, <지.아이.제인> 등의 작품에 연달아 주연을 맡았다.

수십 년간 할리우드를 풍미한 스타로서 여성의 아름다움과 젊음에 집착하는 할리우드와 현대 사회를 통렬하게 풍자하는 역할을 맡기란 쉽지 않았을 것이다. 데미 무어는 “그 역할이 날 찾아왔던 것 같다”며 "내 결점을 부각시키는 장면이 있을 거라는 걸 알고 있었지만, 그런 장면들을 통해 스스로에 대한 수용과 감사함을 찾을 수 있었다”고 말했다.

데미 무어는 점점 늙어가는 모습으로 변신하기 위해 9시간에 달하는 특수 분장을 기꺼이 감내하며 지금껏 보지 못한 비주얼을 완성했다. 이에 대해 “혼자 있는 장면들이 많아 주인공의 심리를 효과적으로 전달하기 위해 눈빛과 작은 제스처를 통해 감정을 표현했다”고 전했다.
데미 무어는 촬영에 큰 어려움을 겪었는데 “촬영 강도가 너무 세서 대상포진에 걸려 체중이 10kg이나 줄었다. 모든 것을 쏟아 부었다는 느낌이 들 때까지 연기해야 했다”고. 특히 자신의 역할을 연기하면서 “엘리자베스가 복잡하고 까다로운 역할이었던 만큼 편안한 공간을 벗어나 결국 배우로서뿐만 아니라 한 사람으로서 탐구하고 성장한 것 같은 느낌을 받을 수 있었다”면서 “나 자신을 깨우는 과정의 일부였다”고 말했다.

또한 영화에 대해서 “내면의 폭력을 외부화한 이 영화는 관객들이 객관적으로 바라볼 수 있게 해준다”며 “자기 자신에 대한 가혹한 비판과 비교를 통해 우리가 스스로에게 무슨 짓을 하고 있는지를 보여준다”고 설명했다.

젊은 거장의 탄생 코랄리 파르자 감독
제작 & 캐스팅 비하인드


<서브스턴스>의 연출과 각본을 맡은 감독 코랄리 파르자는 단 두 번의 장편 연출 만에 거장의 반열에 올랐다는 평을 듣고 있다. 코랄리 파르자 감독은 장편 데뷔작 <리벤지>에서 보여준 독특한 감각에 이어 두 번째 작품이자 영어 데뷔작인 <서브스턴스>에서 확고한 자신만의 작품세계를 구축했다.

<서브스턴스>는 한물간 할리우드 스타와 머리부터 발끝까지 완벽한 여성의 대비로 현대 사회와 할리우드가 가진 여성의 미를 향한 어긋난 집착과 광기를 독창적으로 풀어내 관객들의 비명과 환호를 동시에 이끌어낸다. 특히 이번 작품에서는 데이비드 크로넨버그와 존 카펜터와 같은 바디 호러 거물들의 영향을 받아 재생과 과잉 성애화라는 주제를 탐구한다.

파르자 감독은 “40세가 넘어서면서 나는 더 이상 누구에게도 쓸모 있거나 흥미로운 사람이 될 수 없는 나이에 이르렀다는 엄청난 압박이 들었다”고 <서브스턴스>의 시나리오를 집필하게 된 이유를 밝혔다. “자존감과 관련된 무언가를 써야만 했다”면서 “여성에 대한 사회의 압박과 통제, 폭력에 대해 여성 배우를 통해 설명하는 것보다 더 좋은 방법이 어디 있겠는가?”라며 영화의 주제에 대해서도 말했다. 또한 “바디 호러 장르는 여성 감독이 상상력을 표현하는 데 있어 강력한 무기가 될 수 있다”고 설명했다.

장르적 대담성뿐만 아니라 <서브스턴스>에서 그 무엇보다 데미 무어의 캐스팅이 신의 한 수였다. 놀랍게도 파르자 감독이 처음 각본을 쓸 때 데미 무어는 캐스팅 1순위가 아니었다. 심지어 감독조차도 데미 무어가 승낙할 줄은 상상도 못했다.

“‘데미 무어는 절대 하지 않을 거야'라고 생각해서 캐스팅 목록에 넣지도 않았다"고. 하지만 예상과 달리 데미 무어는 ‘엘리자베스’ 역할에 관심이 있었고, 감독에게 2019년에 발매한 자신의 회고록인 [인사이드 아웃(Inside Out)]을 선물했다. 데미 무어의 회고록을 읽은 감독은 “데미 무어가 이미 모든 두려움과 공포증, 모든 폭력에 맞선 삶의 단계에 있는 사람이라는 걸 알았다. 정말이지 시대를 앞서가는 사람을 발견했다"며 캐스팅 과정의 일화를 전했다.

놀라운 입소문 글로벌 박스오피스 장기 흥행
역대 가장 빠른 속도 ‘100만 시청자 클럽’ 등재


영화 <서브스턴스>는 로튼토마토 신선도 90%를 유지하며 프레시 마크를 획득하고 칸과 토론토국제영화제의 수상 쾌거에 이어 유럽영화상 최우수 작품상과 각본상, 고담-어워드 주연상 후보에도 올랐다. 데미 무어는 1991년 <사랑과 영혼>으로 골든글로브 후보, 2007년 <바비>로 SAG 어워즈 앙상블 후보에 오른 이후 영화 부문에서는 처음으로 개인상 후보에 올랐다.

<서브스턴스>는 영화적 완성도뿐만 아니라, 흥행에서 관객들의 놀라운 입소문으로 글로벌 박스오피스에서 930억 원의 수익을 기록 중이다. 이는 데미 무어가 단독 주연으로 출연한 영화 중에서 1996년작 <스트립티즈>(1,580억 원) 이후 가장 높은 글로벌 수익이다.
북미에서도 10주간 장기 흥행을 이어가고 있고, 아리 애스터 감독의 <미드소마>와 같은 장르 영화들의 수익을 모두 뛰어넘었다. 관객들의 호평과 만족도, 화제성 덕분에 관객 감소율이 적을 뿐만 아니라, 멕시코와 라틴 아메리카 및 여러 유럽 지역에서는 오히려 박스오피스가 상승했다.
특히 멕시코에서 <기생충>, <메간>을 능가하는 성과를 보였고, 올해 멕시코에서 성인관람가(C등급) 영화 중 <데드풀과 울버린>(608억 원)에 이어 두 번째로 높은 수익을 기록했다.

뿐만 아니라, <서브스턴스>는 세계적으로 가장 유명한 리뷰 사이트인 레터박스 내에서도 극장 개봉 공포/호러 영화 중 가장 빠르게 ‘100만 시청자 클럽(One Million Watched Club)’으로 등재되는 기록을 세웠다. 또한 <이프: 상상의 친구>, <비키퍼>, <시빌 워> 등에 이어 2024년 가장 높은 수익을 올린 오리지널 영화 7위를 차지했다.

<서브스턴스>의 북미 배급사 무비(MUBI)는 역대 최대 흥행 성적을 기록해 A24, 네온의 새로운 도전자로서 아트하우스 시장의 신성으로 떠올랐다.

의상으로 보여주는 색채 상징주의
엘리자베스와 수의 선명한 대비


<서브스턴스>는 완벽함의 추구가 어떻게 필연적으로 자기 파괴로 이어지는지를 폭로한다. 본능적인 신체 공포가 이 메시지의 핵심 수단이지만, 영화는 의상의 색상으로 다양한 상징을 보여준다. 빨강, 노랑, 파랑의 생생한 색조는 영화의 시각적 풍경을 강조하는 동시에 파편화되고 삭제되는 인물의 각 단계를 표시한다.

50세의 TV 에어로빅 스타 엘리자베스 스파클은 채도가 높은 원색의 의상을 입는다. 청록색 레오타드를 입고 자신의 쇼 ‘스파클 유어 라이프(Sparkle Your Life)’의 마지막 에피소드를 공연하고 이어, 청록색 리본 블라우스와 감색 블레이저를 입은 채 무례하게 해고된다.
자신의 아파트에 걸려 있는 거대한 액자 사진에서도 엘리자베스는 미드나잇 블루 레오타드를 입고 당당하게 포즈를 취하고 있다. 엘리자베스는 컬러 블로킹, 팝 톤의 레드 컬러, 플리츠 팬츠, 가죽 장갑 한 켤레를 좋아한다. 영화 속에 흰색 타일로 장식된 무균실 같은 욕실에 서 있는 엘리자베스는 마치 루빅스 큐브 같이 보인다.
영화 전체를 통틀어 가장 의미심장한 옷은 엘리자베스의 시그니처 외투인 노란색 코트다. 엘리자베스는 영화의 시작부터 끝까지 이 코트를 입는데, 이는 마치 서두에 나오는 달걀이 깨지는 것처럼 그녀의 몸이 곧 겪게 될 과정을 암시하는 시각적 복선이다.

엘리자베스가 수가 된 첫 주 동안의 정체성 변화는 엘리자베스가 즐겨 입은 원색의 색채와 달리 돌연변이를 상징하는 분홍색과 보라색으로의 변화를 통해 반영된다.
엘리자베스 쇼에서 리-브랜딩된 에어로빅 TV 쇼 ‘펌프 잇 업(Pump It Up)’의 스타로 발탁된 수는 컷 아웃이 있는 메탈릭 핑크 레오타드를 자랑스럽게 입는다. 수는 엘리자베스의 블루 레그 워머를 오렌지 컬러로 교체하고, 하이 포니테일, 핑크 네일, 반짝이는 마젠타 아이섀도로 룩을 마무리한다.
엘리자베스와 수가 두 몸 사이에서 살아가며 시간을 쪼개면서 그들의 색상 팔레트는 점점 더 뚜렷해진다. 엘리자베스는 단색 원색의 맞춤 의상을 고수하며 노란색 코트 없이는 집을 나서지 않는다. 데이트 준비를 할 때는 진홍색 드레스와 레드 립을 매치한다.

한편 수는 엘리자베스의 옷장을 크롭 그래픽 티셔츠, 초미니 데님 쇼츠, 바시티 재킷, 테니스 스커트로 교체한다. 블랙 뱀가죽 보디 수트와 벨벳 용 가운을 입은 수의 의상에 담긴 파충류 모티브는 피부 벗겨짐과 재생이라는 테마의 반영이다. 수가 엘리자베스의 시간을 뺏을수록 수의 의상이 점점 더 화려해지는 것을 볼 수 있다.

대중의 숭배, 남성의 관심, 직업적 기회가 한꺼번에 주어지는 수로서의 삶은 짜릿하다. 이는 너무나 중독성이 강해져서 수가 규칙을 어기기 시작했을 때 엘리자베스도 그 쾌감을 멈출 수 없었고 대신, 자신의 삶에서 점점 물러난다. 리필 키트를 가지러 가는 경우를 제외하고는 결코 집을 떠나지 않는다.
엘리자베스의 아파트는 광고판과 텔레비전 속 완벽한 수의 이미지에 의해 조롱 받고 감시 당하는 감옥이 된다. 영화가 파괴적인 결말을 향해 질주하면서 색의 상징성은 더욱 두드러진다. 자멸로 향하는 길은 탁한 색으로 포장되어 있다. 몸에서 흘러나오는 보라색 농양. 탁한 갈색 액체. 황갈색 손톱. 통제에 대한 수의 갈망이 커지면서 엘리자베스의 몸은 노화와 손상의 흔적으로 점점 변색된다.

색채 상징주의의 사용은 현대 영화에서 새로운 것이 아니다. 썩어가는 사과의 색깔을 통해 자아실현의 곡선을 묘사한 〈가여운 것들〉도 그렇다. 열정적인 블러드 레드를 강조한 색상은 <샤이닝>과 <캐리>와 같은 정식 공포영화에 대한 우리의 기대를 충족시킨다. 반면에 수의 분홍색이 주를 이루는 색상 팔레트는 여성에게 끊임없이 판매되는 활기차고 발랄한 여성성을 불러일으킨다.

영화 <서브스턴스>의 차이점은 이러한 문화적으로 코드화된 색상을 12단계 뷰티 루틴의 현대적 친밀감 속에 위치시켜, 관행에 내재된 폭력을 드러낸다는 것이다. 그 공포는 스크린 속에 있었지만 화장품 가방 안에 있을 수도 있다. 영화를 보고 나면 빨간빛 마스크의 빛이 조금 더 불길해 보이고, 스킨 세럼의 끈적끈적한 노란색 잔여물이 조금 더 거슬릴 것이다.

그린 스크린과 CG 아닌 실제 세트 촬영
6가지 상징적인 중요한 순간들


<서브스턴스>에는 대사가 거의 없기 때문에 이미지와 사운드가 영화의 문법이었다. 고전영화 히치콕 감독의 <현기증> 테마곡을 사용하기도 하고, 크로넨버그 감독의 <더 플라이>를 연상시키는 요소들을 곳곳에 심어두었다.
특히 <서브스턴스>의 모든 것은 수작업으로 제작되었다. 영화는 프랑스에서 촬영했지만, 햇살이 내리쬐는 로스앤젤레스의 탁 트인 풍경 역시 그린 스크린이 아니다. 사라져가는 스타 엘리자베스 스파클이 자신의 몸과 정신을 희생하여 수라는 젊은 분신을 만들어내는 점진적인 육체적 쇠퇴 또한 CG가 아닌 실제 제작물로 그려냈다. 실제로 만져질 듯한 촉각이 바로 이 영화가 가장 끔찍하고 무섭고 가장 가슴 아픈 순간에도 관객들에게 그토록 강력한 반응을 불러일으킨 이유이다.
또한 각 세트들은 무언가를 상징한다. 예를 들어, 방송국의 긴 주황색 복도는 엘리자베스의 삶을 나타낸다. 그녀는 한쪽 끝에서 시작해 다른 쪽 끝에 도달하면 끝난다. 파르자 감독은 “처음부터 이러한 강력한 시각적 표현을 통해 관객에게 우리가 고유한 규칙이 있는 별개의 세계에 있다는 것을 ‘암시’할 수 있다”며 “현실주의나 현실에 신경 쓰지 않는다. 우리는 <서브스턴스>의 세계에 있다”고 설명했다.
<서브스턴스>에는 6가지 상징적인 순간과 이를 달성하기 위한 노력이 있었다.

#욕실
욕실은 <서브스턴스>의 시그니처 이미지다. 파르자 감독에 의하면 “욕실 세트부터가 영화의 시각적 언어를 만드는 순간”이었다. 영화의 촬영은 <프라이싱 영 우먼>의 벤자민 크라쿤 감독이 맡았다. 욕실 세트에 대해 “빛은 거울 위에 단 하나만 있었다”면서 “아무것도 숨길 수 없으면서 모든 것을 볼 수 있는, 자신의 모든 결점을 볼 수 있는 공간”이라고. 이어 “하얀 임상 공간의 느낌을 만들기 위해 많은 노력을 기울였기 때문에 그것이 첫 번째 도전이었다”고 밝혔다.

영화에는 욕실에서 벨벳 용 가운을 입은 수가 세상에 태어난 직후 자신의 창조자 엘리자베스를 내려다보는 장면이 등장한다. 특히 이 장면에는 영화의 핵심이 되는 세 가지의 매우 강력한 상징이 들어있다.
우선, 욕실이라는 점. 엘리자베스의 모든 변화가 일어나는 하얀 욕실은 마치 실험실처럼 그녀가 자기 자신과 대면하는 고치 역할을 한다. 이 곳은 정신적인 공간을 상징한다. 그렇기 때문에 매우 추상적이고 스타일리시하며 거의 공허하게 느껴지도록 모든 가구를 배제했다.
두 번째 요소는 엘리자베스의 척추, 즉 큰 흉터다. 이 척추와 같은 요소가 영화에서는 반복적으로 보여진다. 수가 입고 있는 가운의 가운데 용을 비롯해서 영화에 나오는 모든 의상의 지퍼와 엘리자베스의 드레스 갈라진 부분에도 같은 요소가 동일한 작업으로 이루어졌다.
세 번째 상징은 불의 용으로, 자신의 잿더미에서 재탄생해 세상을 지배할 준비가 된 불사조를 상징한다. 온갖 핑크빛 소녀 같은 모습에서 엘리자베스를 위협하기 시작하는 수의 어두운 면과 함께 더욱 위협적인 에너지를 구현하는 데, 영화 전반에 걸쳐 의상, 세트 장식, 프레임 등을 통해 매우 정밀하게 구성되었다. 특히 수가 용 가운을 입고 창가에 서서 세상을 장악할 듯 강력한 이미지를 보여주는 감각적인 장면도 CG가 아니라 실제로 바닥에 불을 붙이고 위에서 촬영한 것이다.

#화면 변화(THE SHIFT)
영화는 엘리자베스에 초점을 맞춘 부분과 수 이후의 부분이 스타일적으로 극명하게 대립된다.

수가 등장하는 부분에서는 모든 것이 과장되고 매력적이고 극도로 관능적이다. 예를 들어 수가 콜라를 마시는 모든 장면은 감각의 향연처럼 보이도록 초밀착 샷에 과도하게 초점을 맞췄다. 수의 삶이 대단히 위대하게 느껴지면서 ‘그녀가 되고 싶다’는 욕망이 들도록 수가 나오는 장면에서의 하늘은 더 파랗고 잔디는 더 푸르다.
수의 모든 몸짓은 섹시하게 보이고, 수가 나오는 모든 장면에서는 수가 중심이 되어 마치 하루 종일 꿈의 광고에 나오는 것처럼 보인다. 모든 것이 과장되어 있어서 심지어 수가 이웃을 만났을 때도 갑자기 주변이 분홍색으로 변하기도 한다.
엘리자베스가 악화되기 시작하고 더 날카로워지면서 분명한 차이가 느껴진다. 수의 모든 장면은 늘 매력적으로 느껴지도록 찍었다. 대부분 스테디 캠을 사용하고 일정한 주기에 따라서 수의 힘을 전달하기 위한 암시적인 카메라 워크가 있다.
렌즈를 테스트할 때 몇 가지 필터를 찾아서 사용해 분홍색 소용돌이 같은 섬광을 만들어냈다. 이를 본 파르자 감독은 즉시 "바로 이거야, 이게 수야"라고 외쳤다.
촬영팀은 그런 다음 색종이 필러라는 것을 사용해 수가 더 강력해지면서 세상을 소유하고 있는 것처럼 보이도록 했다. 이를 통해 수가 나오는 모든 동작은 유혹적이고 암시적이어야 하며, 수를 막을 수 있는 것은 그 어떤 것도 없으며 관객들마저도 유혹당하는 것이다.

#스튜디오
영화의 중요한 전환점은 엘리자베스가 여자 화장실이 고장이 난 동안 TV 쇼 스튜디오의 남자 화장실을 사용하고, 상사 하비가 자신의 외모와 나이를 폄하하는 것을 몰래 엿듣게 되면서다.

이 장면은 독특한 화면 구성으로 상황을 설명한다. 엘리자베스가 프레임 뒤에서 들어오고, 거대한 어안 렌즈(물고기가 물속에서 수면을 보는 듯한 180°의 화각을 가진 초광각 렌즈)로 된 카메라를 향해 끝까지 쭉 걸어가면, 하비는 프레임 밖에서 관객에게 소변을 누게 되는 시퀀스다. 매우 드라마틱하고 폭력적인 장면임에도 외관상으로는 대조적으로 매우 밝은 색상으로 배치되어 있는 이곳은, 프랑스 행정 건물로 파리 교외의 시청 화장실이다. 엘리자베스의 삶이 교차하는 지점이자 남성 지배적 공간이며 하비는 프레임 안에서 모든 공간을 차지한다.

화장실에서 나온 엘리자베스는 거울 속의 자신을 마주하고 자신을 바라본다. 그리고 자기가 들은 대로 자신을 끔찍하게 느낀다. 실제로는 그렇지 않지만 그것이 영화의 주제다: 자신의 시선보다 남들의 시선에 더 많은 영향을 받는다.
이 장면에서 관객들이 보고 있는 엘리자베스는 해고 당하는 소식과 자신이 늙고 추해졌다는 말을 들은 상태이기 때문에 매우 취약해진 모습으로 보여질 수 있도록 평소보다 훨씬 많고 밝은 조명을 설치했다. 최대한 ‘현실적인’ 모습을 보여주자고 한 것은 데미 무어의 아이디어였다. 그리고 사실적인 조명을 사용해 엘리자베스의 날것 그대로의 얼굴을 보여주는 것이 왜 그렇게 중요한지, 데미 무어의 얼굴을 통해 정확하게 이해시킨다.

#아파트
엘리자베스의 아파트는 그녀의 삶이 얼마나 성공했는지, 그리고 한때 세상에 얼마나 영향력을 끼쳤는지에 대한 척도를 보여준다. 로스앤젤레스의 전경이 한눈에 보이고, 수의 새로운 쇼를 홍보하는 우스꽝스러울 정도로 큰 광고판이 괴로울 정도로 잘 보인다. 그러면서 엘리자베스는 점점 더 자신의 삶에서 멀어진다. 어느 순간 엘리자베스는 아파트 밖으로 나가지도 않고, 빅 브라더 같은 광고판과 함께 아파트는 엘리자베스를 정신적으로 가두는 공간이 된다. 엘리자베스는 광고판을 볼 때마다 매 순간 위축되는 것을 느끼게 되고, 수는 광고판을 볼 때마다 힘이 생기면서 동시에 세상을 정복할 준비를 한다.

아파트를 설계할 때 시대를 초월한 고풍스러우면서도 미래지향적인 퀄리티를 지니고 있어 모든 시대, 모든 종류의 세계를 대표하는 동시에 상징성이 풍부해야 했다. 커다란 창문은 안과 밖을 연결하며 엘리자베스가 어느 순간 빼앗긴 과거를 바라보게 하는 동시에 수가 다시 태어났을 때, 그 풍경은 미래가 된다.

통창이 인상적인 엘리자베스의 집은 영화의 주요 배경이 되는 중요한 장소로 이 역시 실제 세트이다. 제작진이 회의를 할 때 LED 스크린이나 컴퓨터 그래픽 등 새로운 기술을 사용할 방법을 모색하기도 했다. 세트 대신 3D 모델을 만들거나 가상의 배경을 넣을 수 있었지만, <서브스턴스>의 모든 것은 물리적으로 진짜로 만질 수 있어야 한다는 원칙을 지키는 것이 매우 중요했다. LED 스크린이나 그린 스크린이 없는 실제 배경을 만드는 것은 영화에서 가장 큰 작업 중 하나였다. LED나 그린 스크린은 파르자 감독이 추구하는 것과는 다른 차원의 영화인 것이다.
제작진은 파르자 감독이 강조한 “마음의 LA에서 일종의 꿈의 세계나 악몽의 세계가 스스로 존재해야 한다”는 부분을 LED로는 충족할 수 없다고 판단했다. 또 스크린으로 볼 때 자칫 지나치게 현대적이며 공상과학처럼 보일 수 있었기 때문이다. 때문에 파리에 있는 세트장에서 조명을 배경으로 촬영하고, 다시 조명을 끄고 야경을 촬영을 하는 방식으로 테스트하며 현실적인 세트를 완성했다.

#손가락
엘리자베스는 수가 세상 밖으로 나가는 시간을 초과하기 시작하면서 급격히 늙기 시작하고, 이러한 변화는 썩은 손가락을 시작으로 상당히 끔찍하고 극단적인 현상으로 포착된다. 영화는 특수분장에서부터 여느 영화들과 극명한 차이를 보인다.

제작진은 실제 늙은 모습이 아닌, 현실보다 더 멀리 가 있는 과장된 방식을 구현하고자 했다. 손가락의 경우는 특히, 모든 아이디어를 총동원해 긴 손톱을 가진 마녀 같은 느낌으로 위협적이고 추악하게 노화된 모습을 구상했다. 특수분장사와 의논해서 노란색 손톱과 정맥이 썩은 듯한 느낌을 나타내는 색을 섞었고, 대신에 좀비 같아 보이지 않도록 보라색과 흰색, 창백한 색감을 지나치게 많이 넣지 않는 식으로 균형을 맞췄다.

분장한 손가락 촬영은 실제로는 굉장히 많은 시간이 걸렸다. 최고의 결과물을 얻기 위해서 손가락을 초근접 기법으로 촬영했다. 각 샷을 조각조각 촬영했는데, 너무 가까워서 마치 풍경을 찍는 것 같이 느껴지기도 했다. 일반적으로 이러한 종류의 분장은 어두운 곳에서 촬영하면 그 형태만 나타나지만, 태양 아래에서는 손가락이 햇살에 닿아 모든 주름 하나하나 세밀하게 보여지기 때문에 더욱 무섭게 보인다.

#피의 쇼
<서브스턴스>의 엔딩은 새해 전야의 스펙터클한 장면으로 절정을 이룬다. 수는 쇼를 주최할 예정이지만 엘리자베스와의 라이벌 관계가 최고조에 달하면서 두 여성을 융합하는 완전히 새로운 괴물 ‘몬스트로 엘리자수’가 탄생한다. (‘서브스턴스’가 엘리자베스에게 상기시켜 주었듯 “기억하라, 당신은 하나다”) 자연히 일이 꼬이기 마련이고, 쇼의 관객이 피에 익사하기 직전의 모습을 보여준다.

처음 계획으로는 실제로 운영하고 있는 극장에서 촬영하는 것이었다. 몇몇 극장에서는 시나리오를 읽고 촬영에 대해서도 흔쾌히 허락하기도 했지만, 감독이 생각하는 방대한 양의 피를 뿌리고도 극장이 온전할 수 없다는 제작진의 판단으로 결국 이 장면을 찍을 수 있는 유일한 방법은 세트를 만드는 것이었다. 아이러니하게도 아파트 촬영을 마치자마자 같은 공간을 사용했고, 결국 아파트 잿더미 위에 극장 세트를 지었다.

제대로 된 피의 오페라를 완성하기 위해서 현장의 모든 것이 방수가 되어야 했다. 처음에는 작은 스포트라이트로 움직이는 조명 쇼를 디자인해 ‘괴물’이 한 지점만 따라가는 것으로 설계했다가, 최종적으로 전체 조명을 사용하는 것으로 변경해 실내 모든 곳에 피가 뿜어질 것이었기 때문에 모든 조명에 방수 처리를 해야 했다.

피를 온 사방에 퍼뜨리는 비바람을 쏟아내면서도 촬영장의 모든 사람을 안전하게 보호해야 하는 것은 기술적으로 엄청난 도전이었다. 피의 쓰나미 속에서 촬영팀 모두가 흰색 보호 장비를 착용했다. 감독 역시 보호 장비와 헬멧을 쓰고 방대한 양의 피가 뿜어져 나오는 트럭에서 호스를 끌고 와 피를 뿌리면서 촬영했다. 군중 속에 있는 카메라들이 사람들을 따라 찍었다.
현장에서 핏줄기가 사방으로, 공중으로, 엄청나게 솟구치는 완성된 화면을 확인하면서 제작진은 얼굴이 빨갛게 물든 채 서로를 껴안고는 "우리가 해냈어"라며 환호를 외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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