짝사랑하는 선배가 일본으로 간다는 소식을 들은 소라(윤하). 그녀는 엄마의 만류에도 불구하고 오로지 선배를 만나겠다는 일념 하에 일본 유학을 간다. 그러나 기쁨도 잠시, 소라는 웃는 모습으로 자신을 반겨줄 줄 알았던 선배가 집안사정으로 인해 한국으로 돌아갔다는 소식을 듣게 된다. 일본에 온 목적을 상실한 소라는 짝 잃은 외기러기처럼 홀로 학교에 다닌다. 당연히 선배가 없는 학교 생활은 단팥 없는 찐빵. 과제를 밀려가고, 교수가 보내는 무언의 압박은 날로 심해진다. 소라는 영상수업에서 ‘흥미의 행방’이라는 주제로 내준 과제를 하루 빨리 해치우고 싶지만, 도대체 어디서부터 해야 하는지 갈피를 못 잡는다. 이 때 우연히 학교 청소부, 피자 배달부 심지어 신문 배달까지 하는 마츠모토(이치카와 소메고로)가 눈에 들어오고, 소라는 그를 주인공으로 영상과제를 마무리 하려 한다.
윤하가 가수가 아닌 연기자로 돌아왔다. 어린 나이에 혈혈단신 일본으로 건너가 노래 하나로 사랑 받은 윤하. 그런 그녀가 가수가 아닌 배우로 국내 관객을 만난다. <이번 일요일에>는 그녀의 첫 영화 데뷔작. 어쩌면 영화에서도 가수로 출연하는 것이 아닌가라는 의문을 가질 수도 있겠지만, 이번 영화에서 윤하는 풋풋한 새내기 대학생의 모습을 보여준다. 그동안 음악프로그램에서 보여준 짙은 화장과 형형색색의 무대 의상을 벗어 던진 그녀는 화장기 없는 얼굴에 수수한 옷차림으로 영화에 등장한다. 이로 인해 소박한 성장통을 그리는 영화의 이야기를 돋보이게 한다.
영화는 영상수업 과제를 위해 카메라를 든 소라와 그녀의 카메라 속 주인공인 마츠모토를 통해 진정한 소통의 행복을 보여준다. 극중 소라는 엄마의 재혼, 그리고 믿었던 선배와의 이별을 통해 홀로서기를 해야 한다. 그것도 한국이 아닌 낯선 나라 일본에서 말이다. 가끔씩 윗층에 사는 학교선배가 말동무를 해주지만 진정 마음을 나눌 친구는 없다. 마츠모토도 마찬가지다. 그는 빚을 갚기 위해 아내와 처자식과 따로 살며 오로지 일만 한다. 새벽에는 신문배달, 오후까지 학교 청소부, 밤에는 피자 배달까지 잘 시간을 쪼개면서 악착같이 돈을 번다. 하지만 그 또한 마음을 나눌 친구가 없다. 영화는 전혀 공통점이 없을 것 같은 두 주인공을 통해 점차 서로에게 친구가 되어가는 모습을 가감 없이 보여준다.
이처럼 <이번 일요일에>는 순수한 여학생과 성실한 아저씨가 우정을 나누는 이야기를 다루고 있다. 영화는 한국과 일본 그리고 여학생과 아저씨라는 관계를 통해 웃음을 유발하는 장면이 더러 있지만, 전체적으로 이야기는 물 흐르듯이 잔잔하게 흘러나간다. 그렇다고 영화 속 극적 요소가 아예 없는 것은 아니다. 하지만 선배와의 이별은 너무나 급작스럽고, 아저씨가 소중하게 아끼던 병을 깨며 소라와 슬픔을 나눈다는 설정도 마음에 와 닿지는 않는다. 이처럼 영화는 각 인물이 느끼는 감정의 표현들이 확연히 드러나지 않아 그들의 아픔과 슬픔은 잘 전달되지 않는다. 다만 억지스러움을 탈피하고 있는 그대로의 20대를 보여준 윤하의 연기는 과장되지 않은 자연스러움을 보여준다. 또한 마지막 엔딩크레딧이 올라갈 때 나오는 그녀의 노래는 이 영화의 여운을 남기기에 충분하다.
2010년 3월 3일 수요일 | 글_김한규 기자(무비스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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